나는 유빈이 집에 있는 보라색 전화기이다. 나에게서는 ‘따르릉’하는 소리가 난다. 그것은 나에게 정보가 왔다는 신호이다.
유빈이 가족은 내 머리에 귀를 대고 내 발에 입을 대어 나를 이용한다. 그래서 나는 늘 정보가 오기를 기다린다. 정보가 오면 유빈이 가족을 더 가까이서 자세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유빈이가 말했다.
“엄마, 전화기가 고장났어요.”
다행히 요리조리 고쳐서 쓸 수 있게 됐지만 가끔 꼬리가 빠져서 통화를 할 때 이쪽에서 듣는 것은 되는데 상대에게 이쪽 말이 잘 안들려 끊기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모두 나를 좋아한다. 유빈이가 어릴 때부터 사용해서 지금까지 쓰고 있으니 말이다.
유빈이는 나를 통해 먼 친척과 통화하며 즐거워한다. 그럴 때면 나도 정말 기분이 좋다. 정말 나는 유빈이네가 좋다.
남유빈(대구 대서교 3-1)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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