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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예상 후보/산문]최명화/‘참새’
  • 어린이동아 취재팀
  • 1999-07-19 1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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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상 후보/산문]최명화/‘참새’

[문예상 후보/산문]최명화/‘참새’

한여름 풀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6월. 우리 6―2반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조그만 사건은 지루한 사회시간을 잠시 잊게 해주었다. 사회책을 보며 공부할 때였다. 갑자기 ‘콩’하는 소리와 함께 친구들이 웅성거렸다. 난 누군가 장난을 하다가 선생님께 걸렸는 줄만 알았다. “앗! 참새다.” 누군가가 다급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아니, 정말 참새잖아?” 날씨가 너무 더워 위 창문까지 열어놓았는데 참새가 그곳을 통해 들어온 것이다. 그러다가 뒷문 유리에 ‘콩’하고 머리를 부딪히고 만 것. 선생님께선 황급히 뒤로 가셔서 참새를 손으로 살짝 집으셨다. 그러자 친구들이 구름처럼 그 곁을 에워쌌다. “세상에! 많이 다친 것 같아….” 조그만 몸집은 부르르 떨고 있었고 다리는 동그랗게 말린 채 부리를 벌리고 옆으로 누워 있었다. “선생님!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요.” “맞아요, 선생님! 많이 다친 것 같아요.” “맞아요.” “그만, 그만! 지금 수업하다가 왜 난리야. 자리에 앉거라. 선생님이 생각해 보마. 참새는 마지못해 앉는 우리를 간절하게 쳐다보았다. 그 맑은 눈동자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괜시리 미안했다. 고개를 돌린 순간, “꺅―!, 엄마야.” 참새가 또 비행을 한 것이다. 들어온 창문의 반대 방향인 4분단 쪽에서 나갈 구멍을 찾더니 얼마 못가서 남석이 무릎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친구들의 시선도 4분단으로 모아졌다. 우쭐해진 남석! 조심스럽게 잡은 참새는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마지막 비행이었나 보다.’ 다시 선생님 손에 올려진 참새는 손바닥에 몸을 의지한 채 가만히 있었다. 선생님은 천천히 창문쪽으로 가셨다. “얘들아! 지금은 수업시간이어서 밖에 나갈 수가 없단다. 좀 쉬게 한 뒤 다시 놔주자.” 창가쪽으로 가니 몰려있는 친구들 틈으로 참새가 간신히 보였다. 부리를 벌리고 서서히 몸을 추스르며 비행 준비를 하는 참새. 선생님 손도 창밖으로 나가 있으니 이젠 날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때 난 참새를 마지막으로 보았다. 맑은 눈동자로 무언가를 호소하는 듯…. 그 안타까운 모습을 말이다. “아―앗!” 참새가 선생님 손에서 드디어 날아올랐다. 하늘에 오르는 비행기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어딘가에 또 떨어지진 않을까. 다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맴돌았다. 자동차와 아파트, 공사장이 어우러진 어쩌면 슬픈 환경속에서 살아가는 가여운 참새가 하루 빨리 쾌유해 행복한 가정을 꾸미길 바란다. 하나 둘씩 사라져가는 참새를 보며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이 백과사전으로 참새를 알 수밖에 없다면, 사진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 참새는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져 버릴 것이다. ‘참새야, 다 낫거든 우리 교실에 또 들어오렴. 위 창문이 열려 있는 6―2반 교실로.’ 최명화(고양시 오마교 6-2)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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