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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예상 후보/산문]사랑이 담긴 자장면
  • 어린이동아 취재팀
  • 1998-12-14 10: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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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상 후보/산문]사랑이 담긴 자장면

“연정아, 잠깐 이리 와 봐.” 성당 갈 준비를 하던 나는 손을 멈추고 어머니에게로 갔다. “왜 그러세요?” “네 운동화를 사야 하거든. 그래서 아버지가 성당에 가실지도 모르겠다. 이 돈 가져가서 운동화 사고, 남으면 맛있는 것 사 먹어.” 모처럼 어머니의 인심 쓰시는 듯한 말씀에 마음이 가벼웠다. 나는 신고 있는 낡은 흰색 운동화보다 친구들이 많이 신는 까만 운동화가 더 멋있게 보여 꼭 신고 싶었다. 어머니는 중학교에 가서 신을 운동화를 사라고 하셨다. 나는 주신 돈을 손에 꼭 쥐고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에서도 온통 신발 생각만 했다. 신부님이 말씀하시거나 기도를 할 때에도 ‘아버지가 밖에 계셨으면’ 하고 바랐다. 성당을 나오자 아버지가 계셨다. ‘야호!’ 하고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실제로 내가 기다린 것은 운동화였다. 내 동생도 나와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외출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차를 타고 북적거리는 시내에 나갔지만 어머니가 말씀하신 신발 가게는 찾기 어려웠다. 가게를 찾다 지친 우리는 연경이의 의견에 따라 저녁을 먹으러 백화점에 갔다. “자장면 두 그릇이요.” 아버지는 두 그릇만 시키셨다. 나와 연정이는 자장면이 나오기가 무섭게 얼른 먹기 시작했다. 열심히 먹다가 아무것도 드시지 않는 아버지를 보았다. ‘저녁도 못 드셨을 텐데….’ 먹는 것이 왠지 죄송스러웠다. 나는 먹다 말고 물을 세 컵이나 마신 뒤 아버지께 남겨 드렸다. “왜, 다 먹지 않고.” “아빠, 배부르단 말야.” 이 한 마디로 아버지의 말문을 막았다. 아버지가 맛있게 드시는 걸 보니 나도 먹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동생도 그것을 보고 아버지께 남겨 드렸다. 역시 내 동생이다. 아버지는 우리가 바라보자 조금은 겸연쩍은지 싱긋 웃으시더니 동생이 남긴 것까지 깨끗이 비우셨다. 나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아내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 자장면을 시키실 때 배부르다며 두 그릇만 시키신 것은 거짓이었다. 조금이라도 절약하려고 하신 말씀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 손을 잡으니, 동생도 한 손을 잡았다. “아버지, 나 커서 시집 안 가고, 아버지랑 살면 안될까?” “야, 무슨 소리야?” “그냥 아버지랑 살고 싶어서….” “원, 녀석도….” 가로등의 불빛이 우리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김연정 / 경ㅂㄱ 포철 지곡교 6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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