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그리운 할머니. 어느 한순간도, 잠자리에 드셨을 때조차도 내게 관심을 두시지 않은 적이 없었다.
우리 부모님은 서울로 가셔서 명절 때만 오시곤 했다.
그래서 난 어릴 때부터 부모님보다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잘 따랐다.
낮이면 논밭을 휘젓고, 밤이면 대청 마루에 털썩 누워 자면 할머니가 다독여 주시며 자장가를 불러 주셨다.
여름이 가고 붉은 단풍이 산을 뒤덮은 가을이 왔다.
부모님이 찾아오셨다.
난 어머니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내색도 못하고 근처에서 서성거릴 뿐이었다.
부모님도 나와 같은 마음이셨는지 일을 하시다가도 한동안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시곤 했다.
부모님이 가신 후 할머니는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유진아, 이젠 너희 가족과 친해져야지. 이 할미와는 그만 인연을 끊자꾸나.”
그리고 3개월 뒤였다. 붉게 물들었던 산도 잎이 무거운지 모두 떨쳐 버린 겨울이 다가왔다.
웬일인지 부모님이 찾아오셨다.
그 때까지도 난 부모님에 대한 부끄러움을 떨치지 못했다.
부모님은 안방으로 들어가 할아버지 할머니께 인사를 드렸다. 할머니는 나를 사랑방에 가 있으라고 하셨다.
궁금한 나는 대청 마루에서 귀를 기울였다.
“아버님, 이제 저희들도 집을 마련했으니까 유진이는 저희가 기르는 게 어떨까요?”
“정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짐작은 했지만….”
난 깜짝 놀랐다.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안방 문을 열려는 기척이 나자 얼른 사랑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부모님은 일주일 뒤에 오신다며 가셨다.
그 일주일 동안 나는 할머니의 보살핌도 마다하고 울고 있기가 대부분이었다.
약속대로 부모님은 나를 데리러 오셨다.
나는 땅에 주저앉아 울었지만 소용없었다.
자동차 창 밖으로 점점 작아지는 할머니의 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운 할머니.
이제는 그 모습을 앨범 속 사진으로밖에 보지 못한다.
어디선가에서 우리 가족의 정다운 모습을 지켜보실 할머니의 모습을 저 멀리에 그려 본다.
이유진 / 경북 문경 호서남교 4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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