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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예상 후보/산문]약속
  • 어린이동아 취재팀
  • 1998-08-28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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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상 후보/산문]약속

[문예상 후보/산문]약속

며칠 전의 일이다. 저녁 밥을 먹고 일기를 쓰고 있는데 아빠가 부르셨다. 누나하고 효빈이도 같이 오라고 하셨다. “아빠가 지금부터 하는 얘기를 잘 듣고, 너희들도 의견이 있으면 말해 보아라.” 아빠는 엄마가 ‘신발 장사’를 하게 된 이유를 말씀하셨다. 아빠가 다니시던 회사가 문을 닫게 되어 우리집 생활이 어려워져서 내일부터 신발 장사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가게는 어디예요?” 궁금해서 아빠께 여쭤 보았다. 아빠는 빙긋 웃으시며 “가게가 아니라, 길가에서 팔게 된단다.” 하고 말씀하셨다. “길에서요?” “길에서 장사하면 친구들한테 창피하잖아요.” 동생 효빈이가 길에서 장사하는 것은 싫다고 했다. 엄마는 효빈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말없이 웃으셨다. “가게를 얻으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어떻게 가게에서 할 수 있니? 또 길에서 장사하는 게 뭐가 창피해!” 누나가 효빈이를 나무랐다. “선익이도 의견이 있으면 말해 보렴.” 아빠가 내 손을 잡으시며 물으셨다. 나는 잠자코 있었다. “길가에서 신발을 판다고 창피하게 생각할 것 없단다. 오히려 너희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엄마에게 용기를 드려야 하지 않겠니?” 아빠 말씀에 효빈이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학교 공부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엄마를 보았다. 신발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곳에 엄마가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같이 가던 친구들이 엄마를 보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오, 이제 끝났니?” 엄마가 나를 보더니 방긋이 웃으셨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공부 열심히 했니?” 아침에 학교 갈 때만 해도 ‘엄마가 길에서 신발을 팔고 계신 것을 친구들이 보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을 했지만, 누나 말처럼 조금도 창피하지 않았다. 어제하고 오늘은 비가 많이 와서 엄마가 신발 장사를 나가지 못하셨다. 그래서 효빈이하고 내가 엄마 어깨를 주물러 드렸다. 엄마는 무척 좋아하셨다. 비 오는 날은 엄마에게 안마를 해 드리기로 효빈이와 약속을 했다. 이 약속을 꼭 지켜야겠다. 김선익(서울 영일교 3학년)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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