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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예상 장원/산문]태양같은 아빠사랑
  • 어린이동아 취재팀
  • 1998-01-06 14: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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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상 장원/산문]태양같은 아빠사랑

1학년 때 학교에서 국어 시간에 장래 희망에 대해 발표를 하였다. 아이들은 대부분 의사, 경찰관, 대통령, 과학자, 선생님이 되겠다고 자기 희망을 말하였다.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서슴없이 “저는 아빠가 되겠습니다.”하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이 킥킥 웃었다. 나는 그때 웃는 친구들이 정말 이상했고 왜 웃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 그저 뭘 잘못 말한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상원이는 어떤 아빠를 말하는지 자세히 이야기 해 봐요.”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리 아빠 같은 건강하고 자상하고 다정한 아버지가 되는 것이라고 큰 소리로 발표했다. 그러자 친구들이 책상을 치며 더 크게 깔깔 웃어댔다. 그땐 정말 속이 상하고 화가 났다. 하지만 한 해 두 해 학년이 올라가면서 나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의사, 교수, 과학자 같은 직업을 이야기 했어야 했는데 ‘아빠’라고 했으니 내가 생각해도 좀 어리석은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8살이던 1학년 때나 11살이 된 4학년인 지금도 나는 우리 아버지 같은 아빠가 되는 것이 장래 희망이다. 우리 아버지는 대기업체의 사장님도 아니고 작은 중소기업에 다니시는 직원이다. 친구의 아빠처럼 박사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학교를 다니신 보통의 아버지고 월급도 많지 않고 부자도 아니다. 그래도 나는 아버지가 좋고 자랑스럽다. 건강하시고 자상하시고 책임감도 강하시고 성실하며 또한 약속을 꼭 지키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퇴근해서 집에 오시면 빨래도 해주시고 청소도 자주 해 주신다.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웃을지 몰라도 그건 우리 어머니가 골반관절로 허리까지 편찮으셔서 심할 때는 일을 잘 못하시기 때문에 도와 주시는 것이다. 불편한 점이 많아도 화를 내지 않으시고 오히려 “상원아, 배고프지?”하시며 어머니와 나를 위해 얼른 밥상을 챙겨 주시곤 한다. 아버지 친구분께서 “야, 인마, 너 공처가냐? 마누라 빨래와 밥, 청소까지 해주게?” 하시며 비웃는 농담을 하실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아버지께서는 웃으시며 “그럼 어쩌냐? 내가 건강하니 내가 대신 해야지.” 하고 말씀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참 당당하고 멋있었다. 토요일, 일요일엔 우리 세 식구는 들과 산으로 나들이를 간다. 집에서 간단히 준비한 음식물을 가지고 돗자리를 펴놓고 식사도 하고 자리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세기도 하고 일주일간 있었던 일들을 서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모기가 많아 아버지께서는 돗자리 깐 주위에 모기향을 피워 주신다. 아버지는 낚시도 하시고 낚시터의 쓰레기와 환경을 정리정돈도 하신다.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떡밥 봉지, 지렁이통, 빈 소주병들, 부러진 뜰채 등 여러 가지 쓰레기를 주워 분리 수거용 자루에 넣으신다. 쓰레기장이 없을 때는 웅덩이를 파서 태우기도 하고 썩는 것들은 묻으신다. 여기저기 널려 잇는 빈 소주병은 차 트렁크에 싣고 와서 빈병 모으는 할머니에게 드린다. 이렇게 말없이 손수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시는 아버지가 정말 자랑스럽다. 말로만 이래라저래라 하는 어른들도 참 많은데 우리 아버지는 말보다 행동으로 내게 모범을 보여 주신다. 또한 결단력 있게 담배도 끊으셨는데 이런 아버지의 금연 과정을 글로 써서 지난해에는 금연 글짓기에서 대상을 받기도 하셨다.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친구들이나 친척들에게도 자상하고 성실한 우리 아버지. 이런 아버지의 모든 행동이 내가 아버지를 사랑하는 이유다. 이순신 장군이나 페스탈로치 같이 유명한 위인도 아니고 대통령처럼 권위가 있는 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아버지이지만, 내게는 대통령보다 높고 위인전의 그 어떤 인물보다 더 훌륭하게 여겨진다. 내가 자라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어 태양 보다 뜨거운 아버지의 사랑을 전해 줄 것이다. 김상원/서울 홍대부교 4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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