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를 마친 후 어머니께서 무엇을 하시는지 궁금해서 안방 문을 슬그머니 열어 보았다. 어머니께서는 쳐다보지도 않으시고 무엇인가 열심히 적고 계셨다. 가계부였다. 어머니께서 그걸 왜 쓰시는지 답답했다.
“어휴, 귀찮지도 않으세요? 왜 그런 걸 쓸데없이 쓰시는 거예요? 쓴 돈을 적는다고 돈이 도로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난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깟 가계부가 무슨 대수라고….”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하는 거란다. 가계부는 우리 살림을 넉넉하게 하는 데 꼭 필요한 거야. 너도 좀더 자라면 가계부의 필요성을 알 수 있을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로운 점이 없어 보였다. 더구나 쓸데 없이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가계부 쓰기 대회’ 같은 데서 상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어머니께서 그 일을 그만두기를 마음 속으로 빌었다.
그 날 밤 어머니와 의논할 일이 있어서 안방으로 갔다. 문갑 위에 가계부가 있었다. 그것을 보자 가슴이 뜨끔했다. 그것을 펼쳐 보자 내가 쓴 용돈이 유난히 많았기 때문이다. 콩나물 500원, 200원, 간식비 2천원… 가계부에 적힌 간단한 일기 또한 나를 놀라게 했다. ‘절약 습관이 없는 나연이가 문제다. 오빠를 본받았으면 좋겠다.’
일기를 본 순간 저금할 돈 달라고 조르던 일, 무조건 새것만 사려고 버린 큰 연필, 필요없이 산 물건들이 하나 하나 눈앞에 스쳐갔다.
“어머니 잘못했어요. 그동안 낭비했던 점 용서해 주세요.”
나는 중얼거리며 방을 나왔다. 오빠와 내 저금통장을 비교해 보았다. 참으로 한심했다. 이게 뭐야 도대체… 앞으로 저축을 열심히 해야겠어. 내 손으로 중학교 갈 준비를 해도 좋을 거야.
그 날부터 나는 연필 한 자루 공책 한 장이라도 아껴썼다. 친구들은 10원의 가치를 모르고 버리기도 하지만 나는 열심히 모아서 중학교뿐 아니라 고등학교 입학금도 마련하고 싶다.
절약, 저축의 깊은 교훈을 가르쳐 준 어머니가 고맙고 가계부의 필요성 또한 알게 되었다.
나는 다시 한번 다짐해 보았다. 열심히 절약, 저축하는 습관을 들여서 이 다음에 어머니처럼 알뜰한 주부가 되어야겠다고….
김나연/경북 울릉 태하교 6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