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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예상후보/산문]주말농장
  • 어린이동아 취재팀
  • 1997-11-14 11: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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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상후보/산문]주말농장

우리 가족은 언제부터인가 ‘체험, 삶의 현장’이란 TV 프로를 즐겨본다. 작년 연말에 수입금으로 불우한 이웃을 돕는 장면을 보시고는 아빠와 엄마가 말씀하셨다. “우리도 내년엔 팔공산 근처 주말 농장을 장만해서 채소를 가꾸면서 땀을 흘려볼까?” “당신 좋은 생각했네요. 그러잖아도 애들이 일요일만 되면 오락실 아니면 만화 가게서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았는데….” 나는 두 분의 말씀을 듣고 얼른 여쭈어 보았다. “아빠, 주말 농장에서 일하면 우리들한테도 TV에서 처럼 일당 주실래요?” “그럼 주고 말고. 하지만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땀을 흘렸느냐에 따라서 일당을 주지.” 그때 엄마가 말을 거들었다. “너 일당 받아서 오락실에나 가고 만화책 사려고 그러는 거지?” “아이 참 엄마도. 일당 받아서 TV에서처럼 저금했다가 불우한 친구 도울래요.” 내 말을 듣고 모두들 웃었다. 약속대로 우리는 농장을 곧 마련했다. 4월부터 우리는 한번도 빠지지 않고 매주 도시락을 준비하여 온 가족이 함께 갔다.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부모님이 시키는대로 하다 보니 ‘이랑’이란 단어도 알게 되었고, 배추·호박·가지·고추·오이·상추·쑥갓 같은 채소 씨앗도 처음 보게 되었으며, 심는 방법, 거름주기, 김매기, 북주기 등 갖가지 농사법을 익히면서 오전 일을 끝내고 잔디밭 그늘에서 먹는 점심맛은 꿀맛이었다. 또 일주일 마다 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란 것을 볼 때면 신기하기도 하고 그 채소들이 식탁 위에 올라왔을 때는 먹기가 아까웠다. 그런가 하면 집에 와서 일당 받을 때 설레는 마음하며 날이 갈수록 불어나는 저금통장을 볼 때의 흐뭇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연말이 되면 십만원이 훨씬 넘을 것 같다. 이 큰 돈을 어디에 쓸까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 오른다. 이제는 주말 농장 가는 날이 기다려진다. 또 늦잠 자는 버릇도 없어지고 오락실이나 만화 보는 일도 없어진 것을 보고 부모님은 무척이나 좋아하신다. “여보, 동휘가 올들어 새 사람 됐어요. 늦잠도 안 자고 부지런하고 또 얼마나 알뜰한지 몰라요.” “그뿐인가요. 오락실도 안 가지, 공부도 작년보다 더 열심히 하지. 야! 우리집 효자 났네. 하하하.” 놀림 반, 칭찬 반으로 하시는 말씀을 듣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하늘 높이 떠 있는 반달도 나를 보고 “동휘야, 너도 나와 같이 어둠을 밝혀 주는 등불이 되어라.” 하며 일러주는듯 나를 더욱 환하게 비추었다. 김동휘/대구 신천교 4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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