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유해 송환
눈높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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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한·미 6·25 전사자 유해 상호봉환 행사.
북한에서 발굴된 유해들이 본국으로 돌아갔다. 사진공동취재단
2002년 3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미군 치누크 헬기가 로켓포 공격을 받는다. 그때 네이비실(해군 특수부대) 닐 로버츠 대원이 땅으로 떨어졌다. 그가 탈레반에게 쫓기다 처형되는 장면은 미 무인항공기에 의해 촬영됐다.
미군은 그의 시신을 되찾기 위해 또 다른 헬기를 보냈다. 이 헬기에 탑승한 6명의 대원이 적의 공격에 목숨을 잃었다. 죽은 군인을 위해 산 군인들이 희생된 셈이다. 굳이 왜 이렇게까지 위험이 따르는 임무를 내린 걸까. 당시 여단장은 “어떤 이유로든 우리는 미국인을 적진에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군 방침을 강조했다. 미국이 유해 ㉠송환(본국으로 돌려보냄)에 얼마나 진지한 노력을 쏟아붓는지 알 수 있는 실화다. 2006년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뉴기니에서 수송기 추락 사고로 숨진 병사 3명의 유해가 조국으로 돌아왔다. 62년간 밀림을 집요하게 뒤진 끝에 얻은 성과다.
북한은 이를 파악한 듯 북-미 협상 시 유해 송환 카드를 유용하게 활용한다. 6·25전쟁 당시 북에서 수습되지 못한 미군 실종자는 7700여 명, 이 중 5300여 명의 유해가 북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 당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 회담의 최대 성과로 유해 송환 합의를 꼽았다. 하지만 북한은 12일 열릴 예정이던 유해 송환 실무협상에 참가하지 않더니 회담의 격을 높이자고 거꾸로 제안을 했다. 그 결과가 15일 판문점에서 이뤄진 북-미 장성급 회담. 주한미군은 유해 송환에 대비해 벌써 임시 나무관 100여 개를 갖다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6·25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전몰자(적과 싸우다 숨진 이) 처리 방침이 달라졌다. 임시 묘지를 만들어 훗날 송환했던 방식에서, 38선 근처 곳곳에서 엎치락뒤치락 전세가 급변하자 가능한 한 빨리 본국으로 송환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 6·25전쟁에서 국군은 13만7800여 명이 전사하고 2만5000여 명이 실종됐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참전용사의 귀향(고향에 돌아감)을 책임지는 것, 국가의 신성한 의무이자 도리다. 70년이 다 돼 고국의 품에 안기려는 미군을 보면서 왜 미국이 강한 나라인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동아일보 7월 16일 자 고미석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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