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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닥불 보며 30분 ‘멍’...멍 때리기 열풍
  • 이채린 기자
  • 2021-05-23 17: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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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보며 30분 ‘멍’...멍 때리기 열풍


‘메가 릴렉스-불멍’ 포스터. 메가박스 제공​



EBS ‘가만히 10분, 멍TV’의 장면. 영상 캡처​




부산 아미르공원에서 열린 ‘海멍海몽’ 모습.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영상이 재생되자 깜깜한 화면 가운데 모닥불이 타닥거리며 타고 있다. 사람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31분 동안 계속된다. 바로 메가박스가 19일 개봉한 영화 ‘메가 릴렉스-불멍(불을 보면서 멍하니 있는 것을 가리키는 신조어)’의 장면이다. 상영되는 매 회마다 좌석 반 이상이 대부분 찰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최근 불멍, 숲멍(숲 보며 멍), 물멍(불 보며 멍) 같은 ‘멍 때리기’가 유행을 하는 가운데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콘텐츠가 유행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심신이 고달파진 데다 넘쳐나는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친 사람들이 멍을 때리며 평온함을 찾고 싶어서”라고 분석했다. 또 어떤 멍 때리기 콘텐츠가 있을까?​

통닭 보며 ‘멍’

통닭이 꼬치에 달린 채 뱅글뱅글 돌아간다, 수십 개의 타코야키가 기계 속에서 굴러가며 노릇노릇 구워진다. 이렇게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만 보여주다 영상은 끝이 난다.

이는 공중파 EBS가 지난해 9월부터 매주 월∼목요일 밤에 방영하는 프로그램 ‘가만히 10분, 멍TV(멍TV)’의 내용. 도시 일상부터 기차가 달리고 폭포에서 물이 쏟아지는 자연 풍경까지 있는 그대로 10분간 보여준다. 자막도, 내레이션도, 특수 효과음도 심지어 장면 전환도 없다.

멍TV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시청자가 마치 그곳에 머무는 것처럼 평화와 사색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청자의 마음을 달래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엔 “속이 어지럽고 시끄러웠는데 덕분에 멍해질 수 있었다”, “머리를 비울 수 있어서 좋다” 등의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사실 이런 영상은 유튜브를 중심으로 먼저 유행하기 시작했다. 현재 유튜브 검색창에 ‘불멍’이라고 치면 수백 개의 영상이 나온다. 그중 10시간 동안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은 조회수가 무려 5800만회에 달한다.

바다 보며 ‘멍’

공개적인 장소에서 멍을 때릴 수 있는 대회도 열렸다. 지구의 날인 4월 22일 국립해양박물관이 아미르공원(부산 영도구)에서 바다를 90분 동안 멍하니 바라보는 대회 ‘海멍海몽(해멍해몽)’을 개최한 것.

선착순으로 참가 신청을 받았던 이 대회는 신청을 받자마자 하루 만에 정원 40명이 모두 마감됐다. ‘노쇼(예약 불이행)’를 대비해 이튿날 10명을 더 모집했는데 역시 하루 만에 끝났다. 대회에서 참가자 중 가장 안정적인 심박수를 보이고 관람객으로부터 ‘제일 멍을 잘 때린다’는 평가를 많이 받은 사람이 우승자로 결정됐다.

국립해양박물관 대외협력팀은 “코로나19로 우울한 시민들이 이번 대회를 계기로 힐링할 수 있었으면 했다”면서 “동시에 지구의 날을 맞이해 환경오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바다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괜찮아 ‘멍’

멍 때리기를 ‘시간 낭비’라며 비생산적인 행위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많은 신경정신 전문가들은 오히려 뇌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윤대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멍 때리기처럼 가끔 지나친 자극에서 떨어져 한 발 물러선 상태로 나를 돌아보는 ‘후진’을 해야 창조, 공감, 집중 등의 능력이 훌쩍 키워진다”고 말했다.

세상을 바꾼 기발한 아이디어도 멍 때리기 상태에서 나온 경우도 적지 않다. 뉴턴은 사과나무 밑에서 멍하니 있다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아냈다. ‘세기의 경영인’으로 불리는 미국의 기업 ‘제너럴일렉트릭’의 전 회장 잭 웰치도 매일 한 시간씩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멍 때리기를 반복하다가 무기력한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또 걱정, 고민 같은 부정적인 생각에 빠진 채 멍하니 있으면 정신 건강에 더 해롭다.​

▶어린이동아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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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동1
    • Sunjinnoh1   2021-05-23

      너무 재미있는 기사 감사합니다. 멍 때리기가 시간 낭비가 아니라 창조, 공감, 집중 등 오히려 뇌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놀랍네요. 공부하느라 바쁘지만,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지 않고 가끔은 멍때리기를 통해 뇌 건강을 돕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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