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이용해 삼성페이로 결제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 한국은행이 최근 ‘동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범사업으로 내년 초부터 고객이 편의점에서 상품을 사기 위해 낸 현금의 거스름돈을 ‘T머니’ 같은 선불(이미 지불함) 교통카드에 충전해주는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히면서 ‘가상화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가상화폐란 컴퓨터 등에 정보 형태로 남아 실물 없이 온라인상으로만 거래되는 화폐. ‘전자화폐’라고도 한다. 어린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교통카드’가 가상화폐의 대표적인 예. 한국은행이 동전 사용을 줄이려는 것은 동전을 만들기 위해 연간 5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020년까지 우리 사회를 ‘동전 없는 사회’로 만든다는 계획. 이미 우리의 실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가상화폐에 대해 알아보자. 》

스마트폰에 돈이 ‘쏘옥’

‘애플페이’나 ‘삼성페이’ 같은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도 가상화폐의 일종. 스마트폰만 있으면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식당에서 밥을 먹은 뒤 비용을 결제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든 아주 작은 마이크로 칩 안에 디지털화한 금액 정보를 저장하는 원리. 스마트폰에 사용자의 은행계좌나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한 뒤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면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거나 다음달 신용카드 결제금액에 합산되는 식이다.

결제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 결제기에 스마트폰 뒷면을 가져다 대기만 하면 결제기가 스마트폰 칩 속의 정보를 읽어 순식간에 결제를 끝낸다.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면 현금을 만질 일이 전혀 없는 것.

일러스트 임성훈

금처럼 돈을 캔다고?

은행계좌나 신용카드와 연결하지 않고 쓸 수 있는 ‘완전한’ 가상화폐도 있다.

2008년 정체를 밝히지 않은 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그것.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을 구입하기 위해 지불하는 화폐인 ‘초코’와 비슷한 개념이다. 다만 ‘초코’는 ‘카카오톡’에서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지만 ‘비트코인’은 따로 주인이나 관리자가 없다는 것이 특징.

비트코인은 완전히 익명(이름을 숨김)으로 거래된다. 컴퓨터와 인터넷만 있으면 누구나 비트코인을 찍어낼 수 있다. 사용자 개개인이 모두 ‘조폐(화폐를 만듦)회사’인 셈. 비트코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컴퓨터로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런데 이 수학문제는 매우 어려워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로는 하나를 푸는 데만 수년이 걸린다. 이렇게 수학문제를 푸는 것을 ‘비트코인을 캔다’고 표현하고, 비트코인을 캐는 사람을 ‘광부’라고 부른다. 수학문제를 풀 수 없는 사람은 현금을 내고 광부로부터 비트코인을 구입하면 된다.

일본에서는 이미 비트코인이 정식 화폐 대접을 받고 있다.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 비트코인으로 물건이나 서비스의 값을 받는 상점은 2500여 곳. 일본의 한 전력회사는 비트코인으로 전기요금을 내는 시스템을 곧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킹 당하면 돈이 ‘줄줄’

가상화폐는 휴대가 편리하고 결제방법도 간단해 매년 빠르게 성장한다. 그러나 부작용도 적지 않다. 온라인 상 컴퓨터 코드로 만들어진 화폐이기 때문에 해킹에 취약하다는 것. 비밀번호와 같은 보안코드를 해킹 당하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돈이 ‘줄줄’ 빠져나갈 수 있다.

익명성이 강한 것도 문제. 누가 어디에서 얼마나 결제했는지를 비밀로 하는 가상화폐 특성 상 이를 나쁜 곳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으로 벌어들인 돈을 가상화폐로 바꾸어 사용할 경우 추적도 어렵다.

▶서정원 기자 monica8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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