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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눈높이 사설]흥청망청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5-12-13 22: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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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청망청.’ 흥에 겨워 마음껏 즐기거나 돈이나 물건 따위를 마구 쓸 때 쓰는 말이다. 이 말은 나랏일은 돌보지 않고 허구한 날 사치향락(필요 이상의 돈을 쓰며 쾌락을 누림)에 빠졌던 조선 10대 왕인 연산군 때 생겨났다.

 

그는 조선 팔도에서 미녀와 기생을 뽑아 여러 고을에서 관리토록 했다. 기생이란 호칭도 ‘운평(運平)’으로 바꿨다. 운평 중에서도 미모가 뛰어난 기생을 따로 뽑아 대궐에 드나들도록 시켰는데 이들이 바로 ‘흥청(興淸)’이다.

 

‘맑음(淸)을 일으킨다(興)’는 뜻과 달리 역사는 거꾸로 내달렸다. 연산군은 사리(일의 이치)에 어둡고 어리석은 왕으로 꼽힌다. 그가 흥청들과 놀아나다 망했다 해서 생겨난 말이 ‘흥청망청’이다.

 

흥청망청의 ‘망청’은 무슨 뜻일까. 많은 이들이 흥(興)의 반대말인 망(亡·망하다)을 떠올리겠지만 ‘망청’에는 별다른 뜻이 없다. 그저 후렴구처럼 붙은 말이다. 우리말에는 이런 형태의 말이 꽤 있다. 울긋불긋의 ‘울긋’, 울퉁불퉁의 ‘울퉁’, 티격태격의 ‘태격’, 옥신각신의 ‘각신’은 아무 뜻 없이 그저 운율을 맞추기 위해 붙은 말이다.

 

흥청망청과 함께 떠오르는 낱말이 농단(壟斷)이다. ‘국정 농단’이라고 할 때의 그 농단이다. 농단은 본래 ‘깎아 세운 듯한 높은 언덕’이란 뜻. 옛날 중국의 한 상인이 시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언덕에 올라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미리 파악한 뒤 부족한 물건을 사들여 비싸게 팔아 폭리(지나치게 많이 남기는 부당한 이익)를 취했다. 그때부터 ‘농단’에 거래를 좌지우지해 이익을 독차지한다는 뜻이 생겼다. ‘맹자’의 ‘공손추(公孫丑)’에 나온다. 그 말이 상업적 이익뿐만 아니라 권리를 과도하게 독차지한다는 뜻으로까지 의미가 넓어졌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흥청망청 먹고 마시며 제 잇속만 챙기지 말고 이웃과 마음을 나누는 훈훈한 세밑(연말)이 됐으면 좋겠다.

 

동아일보 12월 10일자 손진호 어문기자 칼럼 정리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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