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유럽 마카비 게임 홍보 사진. 참가자들이 잔디밭에서 유대인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 모양으로 서 있다. 마카비 게임 홈페이지

유럽에 사는 유대인들의 종합 스포츠 대회인 ‘유럽 마카비 게임’이 27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다. 독일에서 이 대회가 열리는 것은 역대 처음이다.

최근 알론 메이어 대회 조직위원장은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이 대회를 베를린에서 열기로 한 결정은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과거에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가혹하게 마구 목숨을 빼앗음)했던 독일 나치에 대한 나쁜 기억 때문.

4년마다 열리는 마카비 게임은 유럽에 사는 유대인들의 올림픽. 야구, 축구, 필드하키, 수영 등의 종목에서 실력을 겨룬다. 올해 대회에는 38개국에서 온 2300명가량의 선수단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대인은 어떤 민족일까? 마카비 게임이 그동안 독일에서 열리지 못한 것에는 어떤 역사적 배경이 있는지 알아본다.

유럽 마카비 게임이 열리게 될 베를린 주경기장. AP뉴시스

“우리 민족이 최고” 주장한 나치독일

나치는 독일의 정치가인 아돌프 히틀러(1889∼1945)가 만든 정당이다. 히틀러는 1933년에 독일의 수상(국무총리)이 되었고 1934년에는 대통령의 지위를 갖고 독일을 독재(우두머리가 자신의 마음대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하기 시작했다.

히틀러는 독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족인 ‘게르만족’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우수하기 때문에 다른 민족을 지배할 권리가 있다고 여겼다.

유대인은 이스라엘 민족을 가리키는 말로 기원전 8세기 이스라엘 왕국이 멸망하면서 중동과 유럽에 뿔뿔이 흩어져 살아왔다. 독일에도 유대인들이 살고 있었는데 1935년 나치는 ‘뉘른베르크법’을 만들어 이들을 차별했다. 유대인들은 유대인끼리만 결혼해야 했고, 투표할 권리도 갖지 못했다. 게르만족이 아니었기 때문.

독일 민족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을 꿈꿨던 히틀러는 1939년 9월 1일 폴란드를 공격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나치는 자신이 점령한 지역에 강제수용소(강제로 사람들을 가두는 시설)를 짓고 유대인을 비롯해 슬라브족, 집시족 등을 가두고 가혹한 일을 시켰으며 목숨을 빼앗았다.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특히 유대인의 숫자는 600만 명에 이른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어난 이 유대인 학살을 ‘홀로코스트’라 부른다.

1936년 독일 베를린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베를린 주경기장을 찾은 아돌프 히틀러.AP뉴시스

히틀러의 경기장에서 열려

홀로코스트를 겪은 유대인들에게 독일은 ‘가고 싶지 않은 장소’였다. 게다가 1972년 독일에서 열린 뮌헨올림픽에서는 이스라엘 선수단이 테러로 목숨을 잃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마카비 게임이 독일에서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것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하지만 독일 정부가 홀로코스트 피해자에 대한 배상(손해를 물어주는 일)과 사과를 지속적으로 하자 유대인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결국 마카비 게임이 독일에서 열리게 된 것. 특히 이번 대회는 히틀러가 지은 베를린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려 의미가 있다.

히틀러는 1936년에 열린 베를린올림픽을 통해 게르만 족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려고 했다. 나치의 상징이었던 장소에서 유대인들이 축제를 벌이게 되는 것이다. 메이어 조직위원장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전쟁이 끝남) 70주년을 맞아 역사적인 화해의 상징으로 대회 장소를 이곳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