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쿠바가 53년 동안의 적대 관계를 씻어버리고 외교 관계를 맺기로 했다. 미국과 쿠바의 화해는 세계가 대립을 하던 *냉전시대에서 대화와 협력의 시대로 확고하게 들어갔음을 알리고 있다.

 

미국과 쿠바의 적대감(적으로 여기는 감정)은 뿌리가 깊다. 쿠바의 정치가인 피델 카스트로가 1959년 혁명을 일으켜 쿠바의 사회주의를 선언하면서 미국 기업이 쿠바에서 운영하던 공장과 은행을 모두 빼앗아 버리자 미국은 쿠바와의 모든 무역을 금지시켰다. 이때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지금의 러시아)이 쿠바를 도와주며 두 나라가 정식으로 외교 관계를 맺자 쿠바와 미국의 외교 관계는 끊어졌다. 이후 두 나라는 반세기 이상 최악의 관계로 지내 왔다.

 

돌파구는 미국과 쿠바 두 나라 지도자들의 결단으로 열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재선(다시 당선됨) 이후 쿠바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주요 외교 목표로 정하고 지난해 6월부터 비밀 협상을 벌여 왔다.

 

2008년 형 피델 카스트로의 뒤를 이어 권력을 잡은 라울 카스트로는 외국인 투자 확대, 여행 자유화 등 개혁개방 정책을 폄으로써 적대국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라울의 이번 결단으로 해마다 수천 명의 쿠바 국민이 목숨을 걸고 바다를 통해 미국으로 탈출하는 비극이 막을 내릴지도 주목된다.

 

이제 ‘악의 축’이나 ‘불량 국가’로 지목된 국가들은 대부분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리비아, 이란, 미얀마가 미국과 관계 개선에 성공했고, 내전(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싸움) 상태인 시리아를 제외하면 북한만 홀로 미국과 화해하지 못한 나라로 남게 됐다. 북한이 느낄 충격이 클 것이다.

 

쿠바와 북한은 ‘형제 국가’로 부를 정도로 깊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내년이면 집권(권력을 잡음) 70년이 되는 북한 *김일성 일가의 3대 세습과, 1959년 이후 카스트로 형제가 통치하는 쿠바 체제 자체가 닮은꼴이다. 하지만 쿠바는 결정적인 순간에 북한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쿠바 권력자 라울은 2018년 임기가 끝나면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도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쿠바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비결이 핵 위협이 아니라 개혁개방임을 보여줬다. 북한은 지구상 유일한 은둔국(다른 나라와 교류하지 않는 폐쇄적인 국가)으로 얼마나 지낼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동아일보 12월 19일자 사설 정리

 

※ 상식UP

 

냉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긴장과 경쟁이 이어진 대립 시기

 

김일성 일가의 3대 세습: 북한은 할아버지 김일성, 아들 김정일, 손자 김정은까지 한 집안에서 국가의 통치권을 대대로 잇고 있다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