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미사진미술관 ‘로버트 프랭크 사진’전
현대 사진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사진작가 중 한 명인 스위스 출신의 로버트 프랭크(1924∼). 여행을 하면서 본 그 사회의 일상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담아내는 그의 작품은 주제를 정해 놓고 관련 소재를 찾아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기존 작가들의 사진보다 더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다음달 9일까지 서울 송파구 한미사진미술관에서는 ‘20세기 현대사진의 거장-로버트 프랭크 사진’전이 열린다. 20세기 사진사에 한 획을 그은 그의 초기 작품부터 현재까지의 작품 115점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들은 스위스 빈터투어사진미술관과 스위스재단법인이 소장한 작품 중 일부. 그의 작품이 복사본이 아닌 원본으로 국내에서 전시되는 것은 처음이다.
사소한 일상의 모습을 어떻게 주관적인 시선이 담긴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전시된 작품 속에서 엿볼 수 있는 당시 시대상황과 로버트 프랭크의 작품세계를 살펴보자.
① 버스 앞좌석엔 백인만 앉지
②할리우드의 영화 시사회(Movie Premiere, Hollywood 1955∼1956) ⓒRobert Frank |
로버트 프랭크는 1955년부터 2년 동안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었다. 이 작품은 당시 뉴올리언스에서 트롤리버스(외부의 전기를 직접 받아 연료로 운행되는 버스)에 탄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한 것. 1950년대의 미국은 ‘풍요로운 사회’였다. 제1, 2차 세계대전이라는 큰 전쟁에서 모두 승리한 후 부자가 됐고, 정부가 댐, 다리 건설 등 대규모 공사를 벌여 일자리도 많이 생겼다. 하지만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여성차별 등 많은 사회 문제도 있었다.
특히 미국 남부지역 중 뉴올리언스는 인종차별이 유독 심했던 지역으로 버스나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백인과 흑인이 분리돼 앉아야 했다. 버스 앞쪽에는 백인이, 뒤쪽에는 흑인이 타고 있는 이 사진이 당시 사회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자신들의 모습에 당황한 미국인들은 사진집 ‘미국인’이 자기 나라에서 출판되는 것을 반대했고, 결국 1958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판됐다.
② 나 찍는 거 아냐?
‘할리우드’는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적인 장소다. 수많은 영화가 이 곳에서 만들어졌고, 세계적인 스타들이 탄생했다. 이 작품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열린 시사회장의 레드카펫에 서 있는 여배우의 모습을 담았다. 그런데 여배우의 얼굴이 흐릿하게 찍힌 데 반해 여배우를 보고 있는 군중들의 표정은 선명하다. 로버트 프랭크는 ‘유명인’보다는 그 유명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에 더 큰 애정을 갖고 사진을 찍었다. 여배우가 이 사진을 봤다면 기분이 어떨까? 만약 여러분이 작가라면 배우와 팬의 모습 중 누구를 사진에 담았을까?^^
③ 턱이 신경 쓰여!
③뉴저지 호보켄의 시의원들(City Fathers, Hoboken, New Jersey 1955) ⓒRobert Frank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
이 사진에는 뉴저지 호보켄에서 열린 어느 행사에 참석한 시의원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보통 사진작가라면 정치인이나 시의원의 사진을 찍을 때 정면에서 얼굴을 찍거나 전체 모습을 잘 보여주는 각도에서 촬영했을 것이다. 하지만 로버트 프랭크는 시의원의 등진 모습을 아래에서 촬영했다. 턱에 살이 두툼하게 오른 모습, 진지하지 못한 표정을 짓는 모습 등이 포착됐다. 어른 6000원, 초등생 5000원. 문의: 02-418-1315
▶양보혜 기자 yang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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