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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후의 만찬’ 귀로 감상해요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4-01-10 04:3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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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해설전문작가에게 듣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그림 묘사’

서울 중구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제일지점에서 관람객들이 귀로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제공

유명 작가가 그린 멋진 그림. 건강한 눈을 가진 사람들은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며 감상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최근 눈으로 그림을 볼 수 없는 이들을 위해 명화를 ‘말’로 묘사해주는 전시회가 열렸다. 지난달 서울 중구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제일지점에서 열린 귀로 듣는 미술전시회 ‘착한 갤러리’. 이 전시에서는 일반인은 물론 시각장애인도 소리로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눈으로 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를 담은 오디오 해설을 함께 제공했다.

 

시각장애인 중에는 태어날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아 색깔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과 그림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해야 할까? 이 전시회에서 작품 해설에 참여한 장현정 화면해설전문작가(43·여)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색채의 느낌, 작품마다 달라요

 

화면해설전문작가는 시각장애인이 영상과 도서, 그림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화면(배경, 행동, 표정, 자막, 그래픽 등)을 시각적으로 설명하는 글을 작성하는 사람. 장 작가는 14년 동안 KBS, SBS, MBC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 화면해설을 해왔다.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은 붉은색을 ‘따듯한 색’ 파란색을 ‘차가운 색’이라는 ‘느낌’으로 배운다. 하지만 미술해설을 할 때 이런 느낌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화가에 따라 붉은색을 ‘잔인함’, ‘슬픔’, ‘죽음’으로, 파란색을 ‘우울함’, ‘절망감’ 등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묘사를 할 때는 주로 색채감 보다는 작품의 구도와 배치, 질감, 빛의 방향성, 물감의 종류, 붓놀림의 방법, 그림자의 위치 등을 설명하게 된다.

 

‘최후의 만찬’

몇 명이 어떤 구도로 앉아있는지

 

명화를 설명할 때는 먼저 그림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으로 시작한다. 이탈리아의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그린 ‘최후의 만찬’을 예로 들면 ‘이 작품에는 예수가 제자들에게 유다가 자신을 배신할 것이라고 알리는 성경의 내용이 그려져 있습니다’라고 시작하는 것. 그 다음부터는 작품의 배경, 인물, 사물을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세세하게 묘사한다.

 

[천장이 높고 큰 방 내부에 커다란 테이블이 가로로 놓여 있고, 12명의 제자들이 예수를 중심으로 각각 여섯 명씩 양쪽에 나누어 앉아 있습니다.]

 

이 그림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시각장애인들도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해설을 듣고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은 자신이 상상하던 모습과 달라 깜짝 놀랐다고. 많은 시각장애인이 ‘만찬’이라는 단어를 듣고 사람들이 식탁에 둥글게 둘러 앉아 마주 보고 있는 그림일 것이라고 상상했던 것이다.

 

에드가 드가 ‘공연의 끝, 무용수 인사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주변 물건 활용해요

 

그림에 있는 장소의 넓이를 설명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인에게 설명할 때처럼 ㎡(제곱미터) 등의 단위를 쓰기보다는 ‘축구장만한 넓이’와 같이 일상에 접할 수 있는 장소나 물건과 비교해서 설명하는 것이 좋다.

 

프랑스 출신 화가 에드가 드가(1834∼1917)가 그린 ‘공연의 끝, 무용수 인사하다’의 그림을 설명한다면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것이다.

 

[무용수가 입은 발레복은 치마가 우산처럼 사방으로 퍼진 모양인데, 레이스 천이 여러 겹으로 포개져 있어 더욱 풍성하게 보입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우산’ ‘레이스 천’을 활용해 설명했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장 작가는 “해설을 듣고 한 시각장애인은 ‘이제는 그림을 주제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됐다’며 무척 기뻐했다”면서 “이 이야기를 듣고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 한뼘 더

 

다음 그림은 우리나라 화가 김홍도(1745∼?)가 그린 ‘씨름도’입니다. 여러분 주변에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 친구가 있다면 이 그림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친구가 이 그림을 그대로 떠올릴 수 있게 묘사해주세요. 묘사한 글은 어린이동아 카페(cafe.naver.com/kidsdonga) 공지사항에 게시된 ‘시각장애인 친구에게 씨름도를 소개한다면?’이라는 제목의 글에 댓글로 남겨주세요. 우수한 댓글은 어린이동아 지면에 소개됩니다.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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