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에 타고난 재능이 있지만 잦은 결석과 폭력으로 ‘문제아’로 찍힌 고등학생. 정신을 차리고 성악공부에 집중하려 하지만, 자꾸만 주먹을 휘두르게 된다. 좌절한 그는 선생님에게 “제가 과연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다. 그러자 선생님의 대답.

“음악으로 먹고 살게 해주마. 네가 그렇게 된다는 데에 내 전 재산을 걸겠다.”

이것은 영화 ‘파파로티’(15세 관람 가)의 한 장면. 테너 김호중 씨(22·사진)의 고교시절 실제 경험담이기도 하다.

한창 인기를 모으는 영화 ‘파파로티’의 주인공 ‘이장호’(이제훈)의 실제 인물인 김호중 씨를 최근 만났다. 영화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 그리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꿈을 이뤄낸 과정을 들었다.

놀림감 되기 싫어 운동부에 들어간 소년

초등생 시절 김 씨는 운동부 선수였다. 체격이 좋고 운동을 잘했지만 운동부에 들어간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초등 3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셔서 어머니와 떨어져 살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주변 친구들처럼 깨끗하고 멋진 옷을 매일 챙겨 입을 수 없었지요. 운동부 선수가 되면 1년 내내 추리닝을 입어도 친구들의 놀림감이 안 된다는 생각에 운동을 하게 됐어요.” (김 씨)

그가 성악을 처음 만난 것은 중3 때 한 음반매장에서였다. 매장에 첫 번째로 진열된 샘플 앨범을 호기심에 들어본 그는 한번에 반해버린다. 바로 세계적인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앨범이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들으니 쌓인 스트레스가 뻥 뚫리는 기분이었어요. 그때 들은 곡이 바로 영화 속 주인공이 부른 베르디의 오페라 ‘투란도트’ 중 ‘네순 도르마’에요.” (김 씨)

선생님 만나 ‘문제아’에서 ‘성악천재’로

영화'파파로티' 포스터

운명적으로 만난 성악에 푹 빠진 김 씨는 대구의 한 예술고에 입학했다. 그는 새로운 환경에서 좋아하는 성악을 마음껏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떴다.

하지만 그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다. 학급 친구 대부분은 학교수업 말고도 비싼 개인레슨을 받고 있었다. ‘돈 없으면 음악을 할 수 없구나.’ 절망에 빠진 김 씨는 거리를 방황하다가 영화에서처럼 폭력단체에 몸담게 된다.

학교에서 ‘문제아’로 찍혀 퇴학될 위기에까지 놓인 김 씨에게 희망을 던져준 사람은 바로 경북 김천시 김천예술고 서수용 선생님(53). 김 씨의 타고난 재능을 단번에 알아본 서 선생님은 김 씨를 김천예술고로 전학시켰다. 그리고 6개월 동안 김 씨를 자신의 자동차에 태워 등하교시키며 다독이고 격려했다.

김 씨는 다시 성악공부에 집중했고 재능이 살아났다. 2008년 국내의 유명 음악대회인 ‘세종음악콩쿠르’에 나가 지방출신으로는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우는 등 각종 콩쿠르에서 우승을 휩쓴다.

“할 수 있다 믿으면 꿈은 이뤄져요”

김 씨는 2009년 지상파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고등학생 파바로티’로 출연해 놀라운 가창력과 감동적인 사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한양대 성악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가 유럽으로 떠나 독일에서 성악을 배웠다.

지난해 11월 한국에 돌아온 그는 지난달 ‘나의 사람아’를 타이틀곡으로 한 팝클래식 앨범을 발매하고 전국 곳곳의 소극장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다음달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도 낼 예정.

김 씨는 “할 수 있다고 믿으면 꿈은 언젠가 꼭 이루어진다”면서 “어린이 여러분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꿈을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정민아 기자 m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