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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끝으로 책 읽으며 ‘행복’을 함께 느껴요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2-09-17 04: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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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장애어린이축제 ‘극장으로 가는 길’ 현장을 가다

손끝으로 책 읽으며 ‘행복’을 함께 느껴요

“이 모양은 ‘같이’를 뜻하고요, 이 모양은 ‘행복’을 뜻해요. 그리고 이 모양은 오늘과 같은 즐거운 ‘축제’를 의미하는 글자랍니다.”

어린이들이 받은 타일 목걸이에는 몇 개의 점이 옹기종기 새겨져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들이 손끝으로 느끼는 글자, 즉 ‘점자’다. 어린이들은 도예가 김윤영 씨(46)의 설명을 들으며 “아, 그렇구나”하면서 손끝으로 ‘같이’ ‘행복’ ‘축제’와 같은 단어를 익혔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국제장애어린이축제 ‘극장으로 가는 길’이 14∼15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열렸다.

문화예술교육단체인 ‘더베프’와 충무아트홀이 함께 주최한 이번 행사는 장애 어린이들이 앞을 보지 못 해도 혹은 소리를 듣지 못 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탭댄스(쇠붙이가 밑바닥에 붙은 구두를 신고 바닥을 발로 구르면서 경쾌한 소리를 내는 춤), 팬터마임(대사 없이 몸짓으로만 표현하는 연극) 등을 통해 장애를 뛰어넘어 공연예술을 생생하게 즐기는 한편, 음악치유 무용치유와 같은 다양한 워크숍에 직접 참여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아름답게 가꾸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축제. 비장애 어린이들도 폭넓게 참여할 수 있어 비장애 어린이들이 장애 어린이들을 깊이 이해해 장애·비장애 어린이들이 서로 화합하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b>가야금, 보이진 않지만 마음으로 연주해요</b>

 

14일 열린 개막식은 문화외교 자선단체인 ‘뷰티풀 마인드 뮤직 아카데미’의 학생들의 축하 공연과 함께 시작됐다. 시각장애, 발달장애인 초·중·고교 학생 17명은 이날 우리나라 전통 민요 아리랑을 퓨전 연주곡으로 편곡한 ‘아리랑 랩소디’ 등을 연주했다.

바이올린 첼로 같은 서양 현악기들 속에서 한국 전통악기인 가야금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가야금 연주를 맡은 경기 남양주시 백봉초 5학년 김태욱 군은 한복 차림이었다. 어릴 때부터 시각장애를 가진 태욱 군은 우연히 들은 가야금 소리에 반해 초등 2학년 때부터 가야금 연주를 배우기 시작했다.

 

태욱 군은 “악보도 볼 수 없고 가야금의 줄도 보이지 않아 손끝으로 줄을 느끼면서 음을 하나하나 익히고 외워가는 식으로 연습해야 했지만 가야금 소리가 워낙 아름다워 매일 두 시간 이상을 연습해도 힘든 줄 몰랐다”고 말했다.

 

<b>촉각 그림책 통해 장애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해요”</b>

 

점자목걸이를 만들고 있는 어린이들
다양한 공연, 전시, 체험활동이 진행된 축제기간 중 장애·비장애 어린이들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이탈리아극단 티에트로 디스틴토가 펼친 연극 ‘키시쿠시’.

 

키시쿠시란 말은 ‘낙서’라는 뜻의 히브리어. 얇은 종이 막을 사이에 두고 등장한 두 배우는 오로지 상대의 그림자만을 바라보면서 상대와 똑같은 동작과 춤을 구사하다가 결국 둘을 갈라놓은 막을 찢고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계를 넘어 오로지 빛과 그림자를 통해 상대와 교감하는 장면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 공연은 대사를 줄인 채 대부분 몸으로만 의미를 표현함으로써 청각장애 어린이들도 충분히 즐기고 느낄 수 있었다. 관람석에 앉은 어린이들은 배우들의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보면서 까르르 웃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 숭인초 3학년 황준호 군은 “마치 대사가 없는 만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고 즐거웠다”고 했다.

 

이밖에도 장애가 있는 친구들이 직접 찍은 사진을 전시한 ‘장애인 사진전’은 물론 비장애 어린이들이 촉각 그림책과 점자책을 경험해보는 ‘특별한 책 놀이터’와 같은 특별한 기회를 통해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들은 마음을 나누었다.

 

엄마와 함께 국제장애어린이축제에 수년째 참여해 왔다는 서울 종로구 혜화초 6학년 김준범 군은 “점자책을 직접 손끝으로 읽어보면서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친구들이 어떤 불편함을 느끼는지 마음으로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비치 기자 qlc@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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