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사진)가 2일 기자회견에서 “밴쿠버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새 출발을 하겠다”며 선수생활을 계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피겨 여자싱글 종목에서 역대 최고 점수로 우승했던 김연아는 2014년 러시아에서 열리는 소치 겨울올림픽에 나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춘 피겨 스타로서 명예와 부(富)를 함께 이룬 김연아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은퇴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지만 그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김연아는 올림픽 우승 후의 정신적 압박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이후 피겨선수로서 목표를 찾기 어려웠지만 국민과 팬의 관심과 애정은 더 커져만 갔다”면서 “하루라도 그 부담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세에 ‘올림픽 스타’로서 눈부신 조명을 받았다. 경기에 나설 때마다 더 발전된 모습을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을 것이다. 인기가 높아갈수록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대중의 관심사가 됐다.

 

김연아는 뒤로 물러서는 손쉬운 방법 대신 고통스러운 현역의 길을 택했다. 그는 “최고에 대한 부담감으로 선수생활을 포기한다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열악한 여건 때문에 한국에서는 뛰어난 선수가 나올 수 없다던 피겨종목에서 꽃을 피워낸 김연아다운 결정이다. 글로벌 마인드와 도전정신을 갖춘 젊은 세대답다.

 

2014년 2월 열리는 소치 올림픽까지는 1년 7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넘어야 할 고비는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일본의 아사다 마오 같은 경쟁자들이 열심히 연습 중이고, 고독하고 힘든 훈련도 그를 기다리고 있다. 김연아가 운동에 전념해 소치에서 다시 한번 세계 최고 자리에 올라 겨울스포츠의 전설로 남기를 기대한다.

 

동아일보 7월 3일자 사설

 

▶정리=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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