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뉴스
  •  “학교와 마을 모두 살려요!”… 폐교 막기 위한 시골 학교의 노력은?
  • 장진희 기자
  • 2021-12-09 14: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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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막아라!… 시골 학교의 노력은?


전남 해남군 북일초 학생과 교사, 북일면 주민들이 지난달 서울시청 앞에서 학생을 모집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해남군청 제공



“학교가 없어지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전남 해남군의 북일초(교장 신현 선생님) 재학생들은 지난달 서울시청 앞에 모여 이렇게 외쳤다. 학생들이 땅끝마을에서 약 400㎞나 떨어진 서울에 올라온 이유는 신입생이 없어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를 구하기 위해서다.


북일초는 전교생이 18명뿐인 작은 학교. 1922년 문을 열어 올해로 99주년을 맞았지만 마을에 어린이가 없어 100주년인 내년에는 신입생을 한 명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었다. 북일초 학생과 교사, 학부모는 물론이고 북일초가 있는 북일면 주민들, 해남군청 직원들이 힘을 모아 신입생과 전학생을 모집했고, 내년에는 전교생의 2배인 36명(8일 기준)이 북일초에 입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일초처럼 폐교 위기에 처한 지역 소도시의 초등학교들은 학생 수를 늘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펼치고 있을까.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북일초의 전경. 북일초 제공



모두의 노력으로 살아난 북일초


‘집과 유학비.’ 내년 북일초에 입학하는 학생과 그 가족에 주어지는 혜택이다. 북일초 전학생 또는 신입생의 학부모에게는 맞춤형 일자리도 제공된다. 북일면 마을 전체를 살리기 위해 북일초를 비롯한 지역의 교사, 주민,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지난 8월 결성된 ‘작은학교살리기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내놓은 파격적 방안이다.

신현 북일초 교장선생님은 학생 모집 결과에 대해 “지난 수개월의 노력이 빛을 보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최근 어린이동아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학생 모집 캠페인을 통해 당초 모집하기로 예정된 가구 수보다 훨씬 많은 70여 가구가 전국 각지에서 지원했다. 최근 추진위는 최종적으로 20가구를 선정해 해남군청의 예산으로 개보수를 마친 주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들 가구 중 70%가량이 현재 수도권에 살고 있는데, 내년 2월 말까지 이주를 마칠 계획이다.

나성군 해남군청 자치혁신팀장은 “북일초가 확실히 폐교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됐다”면서 “북일면에 약 20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 내년 말까지 추가로 지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10여 명에 불과한 북일초의 학생 수가 60명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진위는 기대하고 있다.

초등생의 증가는 마을에 30, 40대의 젊은 주민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고령화된 북일면 마을의 주민들은 대부분 부추나 딸기 농사를 짓거나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어업에 종사한다. 초등생과 그들의 부모가 이주하면 일손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북일면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와 마을이 모두 부흥기(다시 성하게 일어나는 시기)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일초 학생들이 갯벌 생태 체험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산으로 바다로! 이색 체험 제공해요


“북일초는 바다와 산을 두루 체험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졌어요. 인공적으로 만든 흙바닥 운동장이 있는 도시 학교와 가장 큰 차이점이죠.”(신 교장선생님)

북일초는 70∼80년 된 소나무가 심어진 숲에 뱅 둘러싸여 있다. 그야말로 땅끝마을이라 바다와도 가깝다. 어린이들은 어려서부터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며 사계절 내내 생태 체험에 참여한다. 매년 여름철 어린이들은 일일 교사로 나서는 어민(물고기 잡이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과 함께 종패(씨를 받으려고 기르는 조개)를 뿌리며 갯벌 생태계에 대해 배운다. 가을에는 숲 해설가와 주변 산으로 떠나 나무와 새를 탐구한다.


도시 학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수업으로 학생 수를 늘린 학교가 또 있다. 울산 울주군 상북초의 소호분교(분교장 황금자 선생님)는 2009년 학생 수가 10명이 넘지 않아 폐교될 위기에 처했지만 현재는 전교생이 45명에 이른다. 황금자 분교장선생님은 “2019년 28명이었던 학생 수는 2년 만에 17명이 늘어 45명이 됐다”며 “고헌산 자락에 위치한 우리 학교의 학생들은 냇가에서 고기를 잡고 밭에서 농사를 짓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규모 학교이기에 학생 주도적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이 학교만의 장점. 교사가 도와주지 않아도 학생들이 직접 현장학습 프로그램을 기획·참여할 정도.



울산 울주군 상북초의 소호분교 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도시(울산)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소호분교 제공



도심에서 20㎞ 이상 떨어진 외딴 소호마을에 위치한 이 학교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빽빽한 도시의 교실에서 벗어나 소규모로 교육을 받고 싶은 어린이와 학부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황 분교장선생님은 “경남 양산과 부산 등 인근 도시에 이색적인 산촌 체험을 할 수 있는 학교라고 입소문이 나서 신입생과 전학생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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