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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약전과 ‘자산어보’, 최초의 물고기 백과사전
  • 손희정 기자
  • 2021-04-01 13: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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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전과 ‘자산어보’


영화 ‘자산어보’ 포스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 ‘자산어보’가 지난달 31일 개봉했다. ‘왕의 남자’, ‘사도’ 등을 연출해 ‘사극 명장(기술이 뛰어나 이름난 장인)’으로 불리는 이준익 감독의 신작인 ‘자산어보’는 조선후기의 실학자(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 학문을 연구한 사람) 손암 정약전(1758∼1816)이 최초의 어류학서인 ‘자산어보’를 기록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1814년 만들어진 어류학서 ‘자산어보’에는 전남 신안군에 있는 흑산도 인근 바다의 해양생물 약 155종의 명칭과 해양생물들이 어디에 분포돼 있는지, 어떤 습성을 가졌는지 등이 기록돼있다. 조선 최초의 해양생물 백과사전이라고도 불리는 ‘자산어보’와 이를 쓴 정약전에 얽힌 이야기를 만나보자.

유배지에서도 백성, 백성, 백성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후학을 양성했던 ‘사촌서당’의 복원된 모습. 신안문화원 제공

정약전은 또 다른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친형이기도 하다. 정약전은 1790년(정조 14년)에 병과(조선시대에 과거 합격자를 성적에 따라 나누던 세 등급 가운데 셋째 등급)로 급제(과거시험에 합격함)해 벼슬에 올랐다가 1801년(순조 1년) ‘신유박해’로 흑산도로 유배(죄인을 먼 곳으로 보내는 형벌)됐다. 신유박해는 천주교도(가톨릭교를 믿는 사람)를 박해(못살게 굴어서 해롭게 함)한 사건으로 신유박해로 정약용과 정약전 등 천주교도 약 400명이 유배되고, 약 100명이 처형되기도 했다.

정약전은 유배 생활 중에도 백성을 위해 힘썼다. 그는 흑산도 사리마을에 ‘사촌서당’이라는 서당을 차리고 후학(학문에서의 후배)을 가르쳤다. 흑산도에서 생활하다보니 바다를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는 해양생물을 연구해 백성들의 어업활동에 도움이 되는 책을 집필하기로 결심한다. 흑산도에서는 책을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 연구가 쉽지 않았다. 몇 십 년 간 바다에서 생활한 어부들이 바다생물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그는 어부들을 따라다니며 바다생물들의 이름과 습성, 생태에 대해 전해 들었다. 현장에서 어부들이 잡아 올린 생물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냄새도 맡고, 손으로 만져가며 물고기의 생김새를 기록했다.

경기도박물관의 조준호 학예사는 “자산어보가 나오기 전, 조선에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해양서적 밖에 없었다. 정약전은 어부들과 교류하면서 조선에만 사는 해양생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해양 서적을 집필하게 됐다”면서 “정약전은 중국 해양서적 가운데 어류에 대해 잘못 기록된 부분을 바로잡기도 했다”고 말했다.​

바다생물 효능과 요리법도


정약전이 집필한 ‘자산어보’.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자산어보’에는 약 155종의 바다생물이 설명돼 있다

‘자산어보’에서 ‘자’는 검을 자(玆) 자로 ‘자산’은 ‘흑산’을 의미한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의 서문에서 “흑산에 귀향을 왔는데 집안사람들에게 편지를 쓸 때 ‘흑산’이라고 하면 어감 상 무섭게 느껴져 ‘자산’이라고 표현했다”고 적었다.

총 3권으로 이뤄진 자산어보에는 약 155종의 바다생물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다. 정약전은 바다생물을 △인류(비늘이 있는 어류) △무린류(비늘이 없는 어류) △개류(딱딱한 껍질이 있는 어류) △잡류(물고기가 아닌 수중 생물)로 분류했다. 이 중 잡류는 바다의 벌레, 새, 짐승, 식물로 다시 나누어 정리했는데 바다생물을 체계적으로 분류한 방식이라 현대에도 높게 평가받는다.

자산어보에는 어부뿐만 아니라 백성들이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도 기록됐다. 조준호 학예사는 “조선의 해양생물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연구 목적도 있었지만 자산어보에는 먹으면 안 되는 어류와 먹을 수 있는 어류 등 실용적인 정보까지 담겼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각 해양생물을 잡는 방법과 요리법도 설명했고, ‘홍어 껍질을 뱀에 물린 상처에 붙이면 잘 낫는다’, ‘오징어 뼈는 상처를 아물게 하고 새살을 돋게 한다’ 등 해양생물의 효능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자산어보는 최근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등록되기도 했다.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중요한 과학기술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립중앙과학관이 등록하는 것. 국립중앙과학관은 “자산어보는 우리나라 어류를 과학적으로 분류한 최초의 시도로 청소년에게 과학자로서의 꿈을 심어주는 좋은 역사 소재가 된다”고 등록 사유를 밝혔다.​

▶어린이동아 손희정 기자 son1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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