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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죽은 매케인의 심판
  • 최유란 기자
  • 2020-11-15 13: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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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 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존 매케인 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왼쪽)과 그의 부인 신디 매케인 여사가 2008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연설하는 모습. 신디 여사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일찌감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해 공화당 텃밭이었던 애리조나주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약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P뉴시스 자료사진


1990년대 존 매케인 당시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종합격투기(UFC)를 접한 뒤 “인간 닭싸움”이라며 금지운동을 벌였다. 해군사관학교 시절 권투선수였던 그의 눈엔 규칙 없이 맨손으로 싸우는 격투기에 이질감(성질이 서로 달라 낯설거나 잘 맞지 않는 느낌)이 느껴졌을 것이다. 경기장을 구하지 못했던 UFC의 구세주로 등장한 것이 당시 부동산 재벌이던 도널드 트럼프였다. 자신의 애틀랜틱시티 카지노를 빌려줬고, UFC는 이 대회 성공을 계기로 규칙 정비 등을 통해 지금의 체계를 갖춘 종합격투기로 성장했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매케인 전 의원과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공화당 소속이지만 정반대의 삶을 살아왔다. 트럼프는 2015년 “전쟁 포로였던 사람은 영웅이 아니다. 포로가 된 적이 없는 사람을 더 존중한다”며 베트남전 영웅인 매케인을 깎아내렸다. 가짜 진단서로 베트남전 징집(병역 의무자를 현역에 복무할 의지를 부과해 불러 모음)을 피했다는 의혹(의심해 수상히 여기는 마음)을 받아온 트럼프가 할 말은 더더욱 아니었다.

매케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경시(대수롭지 않게 보거나 업신여김), 고립주의를 앞장서서 비판했고, 트럼프와 러시아 정부 간 유착(사물들이 서로 깊은 관계를 가지고 결합해 있음) 혐의(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봄) 의혹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자 트럼프의 뒤끝이 작렬(터져서 쫙 퍼짐)했다. 그는 매케인을 “해군사관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멍청이”라고 비아냥댔고, 매케인이 타계(귀인의 죽음을 이르는 말)했을 때 전국적인 애도(사람의 죽음을 슬퍼함) 분위기 속에서도 추모(죽은 사람을 그리며 생각함) 성명(어떤 일에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자기의 입장이나 견해)조차 내지 않았다. 지난해 6월 트럼프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백악관은 7함대에 구축함(어뢰 등을 무기로 적의 주력함이나 잠수함을 공격하는 작고 날쌘 군함) ‘존 매케인함’이 대통령 눈에 띄지 않게 하라고 지시했을 정도로 ‘매케인’은 트럼프 백악관의 금기어(마음에 꺼려서 하지 않거나 피하는 말)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자료사진


트럼프의 매케인 비난은 결국 
자충수가 됐다. 개표 첫날 경합주 대부분에서 뒤처지며 패색(싸움에 질 기미)이 짙었던 조 바이든이 판세(판의 형세)를 뒤엎은 결정적 계기는 바로 매케인이 35년간 상·하원 의원을 역임한 애리조나주에서 승세(이기거나 성공할 기세)를 굳힌 것이었다. 남부의 애리조나는 1952년 이후 공화당의 텃밭이었다. 4년 전 트럼프는 48.1%를 얻어 힐러리 클린턴(44.6%)을 3.5%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하지만 매케인에 대한 애정을 안고 있던 주민들은 트럼프에 대한 불만을 이번 대선에서 제대로 터뜨렸다. 매케인 부인의 바이든 지지 선언, 매케인 캠프 출신 전략가들이 벌인 트럼프 낙선(선거에서 떨어짐) 운동도 온건(생각이나 행동이 사리에 맞고 건실함) 공화당원들의 표심을 흔들었다.

매케인과 트럼프는 같은 보수의 깃발 아래 묶기가 곤란할 만큼 극과 극이다. 매케인은 국가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 했고, 보수의 가치와 품격을 중시했다. 반면 트럼프는 중하층 노동자계층의 표심에 영합(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아첨하며 좇음)하려 하고 변칙적(원칙에서 벗어나 달라진 것)이고 돌발적인 언행으로 국민의 편을 갈라 목적을 달성하는 ‘선동가’(남을 어떤 일이나 행동에 나서도록 부추기는 사람)에 가까웠다. 애리조나 패배는 원조 보수의 비판에 발끈하며 원색적으로 대응한 자업자득인 것이다. 죽은 매케인이 산 트럼프를 쫓아낸 셈이다.

동아일보 11월 6일 자 김영식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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