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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두수선공의 ‘장인 정신’ 많이보다 ‘깊게’ 최고보다 ‘최선’을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1-11-14 04: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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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용 통굽을 바꾸는 비용은 보통 4000원입니다.
오늘 아침 낡은 부츠를 신으려다 보니 굽이 닳아 있었습니다. 전체를 가는 데는 1만 원이 훌쩍 넘어 뒷굽만 간 후 조금 신다가 버리자고 결심했습니다.
출근길에 도로변의 한 구둣방을 들렀습니다.
“뒷굽만 갈아주세요. 적당히 신다가 버릴 거예요.”
사장님이 손사래를 치며 발바닥 부분도 문제가 있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그런데 말씀이 없었습니다. 청각장애인인 듯했습니다. 계속해서 수화로 신발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듯했습니다. 알아듣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전체를 갈라는 의사표시인 듯해 적당히 웃으며 필요 없다는 뜻으로 손사래를 쳤습니다.
할일이 없어진 내 시선은 자연스레 구두수선 과정에 닿았습니다.
굽은 보통 바깥쪽 가장자리가 닳습니다. 구두수선공들은 일반적으로 뜬 부분을 둔 채 굽을 갈아줍니다. 불평을 하면 전체를 갈라고 말씀하지요.
한데 이분은 오래전 아버지 구두를 들고 구둣방에 갔을 때와 똑같은 공정으로 수선했습니다. 낡은 제 구두 굽을 떼어내 망치로 납작하게 두드려 가장자리 닳은 부분을 메워 편편하게 만든 후 새 구두 굽을 붙여줬습니다.
중간 중간에 구두를 닦으려는 분들이 왔습니다. 급하다는 말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제 부츠에 열중하십니다. 머쓱해진 제가 변명합니다.
“죄송합니다. 제 부츠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사장님이 시간이 많이 걸리시네요.”
하지만 여전히 구둣방 사장님은 괘념치 않으시는 듯합니다.
오랜 침묵 후 굽갈이가 끝났습니다. 만족한 듯 사장님이 제게 구두를 들어 보입니다. 가장자리 홈을 메웠을 뿐만 아니라 발바닥 가장자리에도 얇은 막을 덧대어 놓았습니다. 척 보기에도 신을 오래 신을 수 있도록 하고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장치인 듯 보였습니다.
이쯤 되니 4000원을 내기에는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1만 원을 내밀었습니다. 단정히 정리된 돈 중 1000원짜리 6장을 제게 건넵니다.
환하게 웃으며 그는 제 신과 자신을 번갈아 가리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이 구둣방 수익률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술은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최고의 장인이 주는 훈훈함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나도 내 일을 이렇게 열심히 해야지.’
‘아이에게도 많이보다는 깊게, 최고보다는 최선을 알게 해야지. 그래야지. 꼭 그래야지.’

 

< 허운주 기자 apple297@donga.com >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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