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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핀’분야 선구자 컬럼비아대 김필립 교수 인터뷰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1-05-25 04: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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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기보다 길게 보세요”

미국 컬럼비아대 김필립 교수가 한국을 찾아 23일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에서 강연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 “진짜 젊고 잘 생겼다.”
“배용준 닮았어.”
미국 컬럼비아대 김필립 교수(44)가 23일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 강연장에 들어서자 학생들이 술렁였다.
물리학자인 김 교수는 ‘그래핀’ 분야 선구자로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위원회의 실수로 아깝게 상을 놓쳐 화제가 됐다. 그래핀은 외부 전력 공급 없이도 휘거나 누르거나 진동을 주면 스스로 전력을 발생시켜 ‘종이처럼 접을 수 있는 컴퓨터’ 등을 만들 수 있는 차세대 소재.
김 교수는 이날 ‘상대성이론, 양자 역학 그리고 그래핀’을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 30분 전 김 교수를 만났다. 》

 

● 그래핀도 DNA처럼


‘그래핀’-휘는 디스플레이 재료로 활용. 동아일보DB
―어린 시절 ‘엄친아’였을 것 같은데….
“하하하. 글쎄요. 남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평범한 어린이였어요. 확실한 것은 굉장히 과학자가 되고 싶어 하는 어린이였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엉뚱한 꼬마 과학자’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금도 기억나는 실험이 하나 있어요. 건전지를 사용해 꼬마전구에 불을 켜는 실험이었어요. 플러스극(+)과 마이너스극(―)이 만나야 불이 켜지는데 건전지가 불량이었는지 플러스극과 플러스극을 연결해도 불이 켜지는 거예요. 선생님에게 달려가 보여드렸더니 안 되는 거예요. 실망하고 집에 와서 혼자 해봤더니 다시 되더라고요. 하하.”
김 교수에게도 ‘좌절’의 시간은 있었다.
“과학이라고 하면 ‘천재’들만 하는 것 같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세상에는 이렇게 머리 좋은 사람이 많은데 나는 못할 것 같았죠. 그러다 생각이 바뀌었어요. 머리가 좋으면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속도’는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관심을 갖고 즐기면 되죠. 이게 없어지는 순간 ‘과학자’로서의 진정한 삶은 끝납니다.”
또 ‘그래핀’에 관해 “새로운 개념일 뿐”이라며 “어린이들이 잘 알고 있는 DNA와 마찬가지로 이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식을 바꾸고 싶어요. DNA 유전 등은 이제 누구나 쉽게 접근하지만 깊숙이 들어가면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처럼 ‘그래핀’의 개념도 자기 나름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

 

● 미니 연필 vs 스카치테이프


김필립 교수
김 교수는 ‘노벨 물리학상’에 관한 뒷이야기를 강연에서 공개했다.
“컬럼비아대 교수가 된 뒤 ‘위험하지만 재미있는 실험’을 해보기로 했어요. 머리카락 100분의 1 두께의 미니 연필을 만들어 그래핀을 채취하기로 했어요. 연필로 종이에 쓸 때 그래핀 박막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그래핀은 연필심에 쓰이는 흑연에서 가장 얇게 한 겹을 떼어낸 것으로 보면 된다.
“결과는 ‘성공’. 논문을 냈죠. 그런데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영국에서 비슷한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실험 논문을 본 저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왜일까.
“이들은 ‘스카치테이프’를 사용했습니다. 흑연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가 떼어내면 이물질 속에 그래핀 박막이 붙어있다는 거예요. 학교 앞에서 스카치테이프를 사다가 실험해봤습니다. 딱 일주일 걸리더군요.”
‘이들’이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영국 맨체스터대 안드레 가임,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연구팀이다.
한 학생이 물었다.
“앞으로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나요?”
김 교수의 대답.
“포탄(노벨상)은 한번 떨어진 곳에 다시 안 떨어지죠.”

 

< 수원=이지현 기자 edith@donga.com >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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