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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예상 10월 후보 작품/산문]추석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0-10-05 04: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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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윤지(경남 진주시 봉래초교 3)

[문예상 10월 후보 작품/산문]추석

오랜만에 일찍 일어났다.
세수를 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오잉? 오늘 내가 왜 이러지? 원래는 조금 게으른 척하고 안 일어났잖아! 그런데 오늘은 내가 왜 이리 부지런하지? 앗, 참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라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일찍 일어나 댕기머리를 하고 한복으로 예쁘게 갈아입었다. 한복으로 갈아입은 내 모습을 보니 참 예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안방에서 차례를 지냈다.
작년에는 넓고 넓은 대청마루에서 지냈는데 이상했다. 안방에서 지내니까 발바닥이 따뜻해서 좋았지만 웬지 마음이 불안해져서 차례를 지내는 것 같지 않았다. 아무리 추워도 대청마루에서 추위에 떨며 지내야 하는데 이번에는 차례를 지내는 것 같지 않았다.
차례를 지낼 때는 조금 힘들고 추워도 참으며 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방은 따뜻하고 전혀 힘들지도 않았다. 아무튼 차례는 그렇게 지냈다. 차례를 지내고 나서 할머니와 큰아버지, 그리고 우리 가족은 따끈한 밥에 콩나물, 소갈비, 곰탕을 맛있게 먹었다.
아침밥을 먹고 나서 12시쯤 되자 성묘를 갔다. 그런데 작은 할아버지의 묘는 험한 산 위에 있었다. 나는 그래도 가고 싶어서 숲 속을 헤치며 올라갔더니 드디어 작은 할아버지의 묘가 나타났다. 절을 넙죽넙죽한 다음에 내려왔다.
그 뒤, 정각 3시가 되자 큰아버지께서 농사를 지은 땅콩 밭으로 갔다. 땅콩 밭에 가서 비닐 아래에 있는 땅콩을 뽑기 위해 땅 위에 있는 잎을 힘껏 잡아당겼다. 당겼더니 뽑아졌다. 뽑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재미있었다. 뽑고 또 뽑고 어느새 두둑을 뽑아 버렸다. 그러자 큰어머니께서는 잘한다고 칭찬을 해 주셨다.
1시간쯤 지나자 나는 큰아버지께 뽑아 둔 땅콩을 갖다드리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면 큰아버지께서는 땅콩을 타작하는 기계에 넣으셨다. 처음에 이렇게 되었다.
“큰아버지, 이거 뭐하는 거예요?”
“음… 어디 보자, 이거는 타작이라고 할 수 있지.”
“보리타작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니, 타작은 치는 것이니까 이거는 보리타작이 아니라 땅콩타작이란다”
“아하, 땅콩타작!”
그러다가 또 땅콩을 뽑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까악!”
밭에는 지렁이와 지네, 메뚜기, 개구리가 득실대고 있는게 아닌가. 너무나도 무섭고 징그러운 나머지 비명을 질렀다. 오빠는 개구리를 잡아서 저멀리 던졌다. 이상하게도 호기심이 생겼다. ‘지렁이는 똥을 눌까? 아무래도 똥을 누는 것 같아. 똥을 안 누는 곤충은 없으니까 말이야. 아 그래. 지렁이는 나쁘지 않아! 땅을 숨 쉬게 해 주어서 건강한 땅으로 만들어 주잖아?’
내 말이 맞았으면 좋겠다. ‘아마 맞을 거야.’
아무튼 내가 열심히 한 대가로 땅콩을 가져오고 싶은 만큼 실컷 가져왔다.
우리 집 진주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으니 뿌듯했다. 왜냐하면 큰아버지 일손을 도와드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아버지께서 힘들게 땅콩 농사를 지으셨는데 내가 많이 가져와서 죄송했다. 어른이 되면 모두 갚아드려야겠다.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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