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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도 DNA로 혈통-정보 찾을 수 있어요”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08-11-25 17: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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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산림과학원 홍용표 임학연구관

“식물도 DNA로 혈통-정보 찾을 수 있어요”

천연기념물인 소나무가 도난당했다.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까. 일단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를 해서 DNA 분석부터 하는 게 어떨까. 뭔가 과학적일 것 같다. 하지만 국과수의 답변은 의외다. 동물 DNA는 분석할 수 있지만 식물 DNA를 분석하는 작업은 아직 못한단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식물 DNA를 분석할 수 있는 경기 수원시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을 찾았다. 홍용표(50) 임학연구관은 식물 DNA를 분석해 다양한 사건을 해결해 ‘식물법의학자’로 불린다. 그는 최근 농업과학 기초연구 분야 우수 논문을 쓴 학자에게 주는 ‘화농상’을 받았다.

 

● 유전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강원 정선군 동면에 600년 정도 산 것으로 추정되는 ‘화엄리 소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가 죽자 마을 사람들은 주변 세 그루의 소나무 중 화엄리 소나무의 자식을 찾고 싶었다. 화엄리 소나무가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줬다고 생각했기 때문.
의뢰를 받은 홍 연구관은 화엄리 소나무 뿌리에서 DNA를 추출했다. 식물이 죽어도 뿌리가 남아있으면 1년이 지나도 DNA 추출이 가능하다. 그리고 세 그루의 소나무에서 DNA를 추출해서 비교 분석했다. DNA는 잎, 줄기, 뿌리, 토양에 남은 흔적, 주변에 있는 나무 등에서 추출한다.
“소나무 같은 침엽수에서 엽록체DNA는 부계 유전하고 미토콘드리아DNA는 모계 유전합니다. 유전자를 대조한 결과 한 나무의 유전자가 화엄리 소나무와 일치한 것을 알아냈죠. 사람의 친자감별법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 ‘DNA 뱅크’와 씨앗 저장고
북극에서 가동 중인 ‘최후의 날 저장고(Doomsday Vault)’는 인류 재앙 후에 씨앗을 다시 심기 위해 만든 창고다.
홍 연구관은 DNA뱅크는 “보존할 가치가 있고 미래에 꼭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는 정보를 저장한다”며 “유전자 형질이 똑같은 것은 세상에 단 한 개밖에 존재하지 않지만 형질의 특성(크기, 색 등) 정보를 알면 미래 과학자들이 비슷하게 복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DNA뱅크 온도는 보통 영하 10도. 이 온도를 유지해야 유전자를 파괴하는 박테리아가 살지 못한다. 장기 보관할 때는 영하 70도까지 온도를 낮추고 매일 꺼내 쓰는 DNA는 4도 정도에서 보관한다.


● DNA 개수≠종의 우수성
소나무의 DNA 수는 사람보다 7배 정도 많다. 홍 연구관은 수가 많다는 것이 우수하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되레 불필요한 DNA들이 널려있다고 보면 된다고.
현재 산림청에는 자체 제작한 소나무 게놈 지도가 있다. 게놈 지도가 있다고 그 소나무와 똑같은 소나무를 만들 수는 없다. 현재의 과학 기술로 어떤 개체와 똑같은 유전자 조합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
홍 연구관은 “하지만 유전자 과학은 미래의 1% 가능성을 위해 준비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잘라 말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수원=허운주 기자>apple297@donga.com

 

 

외국에서 들여온 리기다소나무와 테다소나무를 교접해 탄생시킨 우리 소나무 ‘리기테다소나무’앞에 선 홍용표 연구관.
#1. 계룡산국립공원에서 100년 된 소나무가 사라진 사건이 발생했다. 시가는 3억 원대. 경찰은 인근에서 분재원을 운영하는 40대를 용의자로 지목했으나 증거가 없었다. 홍 연구관은 사라진 나무 흙에서 DNA를 추출해서 그가 범인임을 밝혔다.
#2.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천연기념물 4호인 백송이 있었다. 그러나 벼락에 맞은 후 죽어 1993년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됐다. 한 할머니가 소나무 세 그루를 가져와 이 백송의 자식이라고 주장했다. 홍 연구관은 백송이 살았던 일대에서 DNA를 추출해 세 그루의 소나무와 비교했다. 부모와 자식의 유전형은 같아야 하는데 다른 것으로 판명돼 친자가 아님이 드러났다.
#3. 2002년 수령 650년이 넘은 정이품송이 자식(후계목)을 만들기 위해 정부인송과 혼인했다. 정이품송의 화분을 정부인송의 암꽃에 주입한 것. 이렇게 만들어진 후계목들이 현재 국립산림과학원에서도 자라고 있다.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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