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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화로 마음의 벽 허물어요”
  • 어린이동아 취재팀
  • 1998-05-0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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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로 마음의 벽 허물어요”

서울 노원구 하계동 중평초등학교 1학년 조현민 양의 가족 나들이길. 길이 막히면 차 안은 금세 동화 구연장이 된다. 아버지는 해설자, 현민이는 할머니역, 남동생 용근이는 할아버지역. 셋이 주거니 받거니 3인극을 하다 보면 짜증내거나 지루해할 틈도 없이 목적지에 도착한다. 아버지의 입에서 여자와 노인, 아기 목소리가 튀어나오고 헤헤거리다 찡그리고 징징 우는 등 표정이 수시로 바뀌면 아이들은 어느새 마음의 벽을 허문다. 현민이의 아버지 조상희 씨는 동화구연 아버지회 회원이다. 이 모임은 92년 시작된 한국아동문학연구소 주최 전국 아버지 동화구연대회에서 매년 입상한 아버지들 30명으로 구성돼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40대 아버지들이 중심을 이룬다. 직업은 농부, 교사, 회사원, 자영업자, 택시 기사 등 다양하다. 이들은 근엄하고 과묵하기만 한 아버지가 아닌 자녀들과 이야기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만들어가자고 주장한다. 동화구연 아버지회 회장 편사범 씨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멀리 떨어져 살고 부모는 바쁘니 아이들은 TV나 컴퓨터에서 나오는 기계음만 들으며 자란다”며 “부모, 자식 사이가 점점 멀어져 살인까지 하는 세상이 됐지만 부모 품에 안겨 재미있고 고운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는 그렇게 될 수가 없다”고 말한다. 경제 위기니 실직이니 해서 아버지들의 어깨가 한없이 처지는 요즘이지만 아버지 이야기꾼들은 바쁘기만 하다. 지난 2일에는 서울시립 어린이도서관에서, 5일에는 색동회가 주최한 어린이날 행사에서 동화구연 잔치를 열었다. 방학 때는 아빠와 함께 하는 구연동화 교실과 캠프를 마련한다. 전국 각지의 초등학교와 보육원, 소아과 병동에도 이들의 발길은 닿는다. 생업에 바쁜 이들이지만 어린이들이 배꼽을 잡고 웃거나 눈물을 주르륵 흘리면서 이야기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신명이 난다. 이들은 구수한 이야기 솜씨로 어린이 사랑뿐만 아니라 어버이 공경도 실천한다. 노인대학, 양로원 등을 찾아 어릴 적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듣던 전래 동화를 구연할 때 이들은 중년의 가장에서 재롱을 피우는 어린 아들로 돌아간다. 현민 양은 “내가 잘못했을 때 아빠가 혼내시면 무섭지만 동화를 들려주실 때는 우리를 위해 무척 마음을 쓰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부모님께 더 착한 딸이 되고 내가 크면 아이들에게도 동화를 많이 들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진하 기자〉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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