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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예상 후보/산문]혜성이네 아버지
  • 어린이동아 취재팀
  • 1997-10-14 1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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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남자 아이들이 “야, 엄소영!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대. 학교 끝나고 빨리 가봐라. 하하하…….” 하며 놀렸다. 사실은 시아버지가 아니라 혜성이네 아버지였다. 내가 혜성이를 좋아하니까 한 말이었다. 처음엔 그저 장난기 많은 남자 아이들의 놀림인 줄 알았다. “까불지 마.” 얼굴 빨개지며 내뱉은 한 마디. 그런데 혜성이네 반 아이들이 진짜라고 하는 것이었다. ‘빨리 가 봐야지. 외아들인 혜성이가 많이 속상하겠구나.’ 그렇게 혜성이네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꽃집은 이집 저집 다 문을 닫았다. 40분 만에 겨우겨우 찾은 꽃집! 그런데 국화 한 송이에 천원씩이나 한다는 것이다. 내 지갑 속에는 1천200백원밖에 없는데…. 다행히도 인심 좋은 아저씨를 만나서 꽃 두 송이와 내가 쓴 편지를 들고 찾아가게 되었다. 남자 아이들이 자꾸 놀리는 바람에 울었다. 혜성이네 작은아버지가 오시더니, “울지 말아라. 여기까지 왔으니까 혜성이 아버지께 인사드리고 가야지.” 하고 말씀하셨다. 혜성이네 작은아버지께서 나와 혜성이를 부르시더니, “혜성아, 너 친구가 이렇게 왔는데 다른 아이들이 놀리면 놀리지 못하게 해야지. 자, 악수하렴.” 하고 말씀하셨다. 악수를 하고 나서 얼른 뛰어나왔다. 나는 혜성이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러 왔는데 더 상처를 주고 왔던 것 같다. 정말 미안하다. 옆동네에 살기 때문에 저녁 6시께 다시 가보니 아까까지만 해도 빙그레 미소짓던 혜성이가, “아빠….” 하며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나서 혼났다. ‘혜성아, 울지 마. 희망을 가져.’ 나는 마음 속으로 외쳤다. 집에 와서 기도했다. 혜성이네 아버지께서도 펀안히 잠드시고 혜성이도 다시 명랑하고 활기찬 아이로 돌아오게 말이다. 같은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면서 왜 남자·여자를 구별하는지 참 친구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남자 친구가 슬퍼할 때 여자 친구가 위로해 주면 안되는 것일까. 엄소영/서울 망원교 5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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