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은 바보’
난 지금 이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나 자신에게 바보라고 하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하지만 날 이렇게 말할 이유가 있는데….
난 맨 앞자리에 앉는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실 때마다 튀기는 침을 언제나 감당해야 한다.
이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심심하면 나를 본보기로 때리시는 우리 선생님. 이런 것은 앞자리에 앉은 내 잘못이라고 쳐두자.
얼마 전 내가 정말 참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난 잘못이 없는 것 같았다.
단지 수업시간에 친구 효선이의 지우개가 떨어져 효선이에게 말해 준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선생님께서 나의 머리를 ‘꽝’ 하고 때리셨다. 난 무지무지 화가 났다. 잘못한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잘못은커녕 좋은 일을 한 것이었다. 그래서 발표고 뭐고 다 상관없다 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러면 선생님께서
“승은아, 미안하구나. 네가 장난을 하는 줄 알았어. 이제 화 풀고 즐겁게 공부하자.”
하고 말씀해 주실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나에게 신경 써 주실 것 같았던 선생님이 신경을 안 써 주시자 화가 났다. 또한 다른 아이들이 발표하는 소리를 들으니 더 화가 났다.
그래서 손을 번쩍 들고 내가 쓴 글을 발표했다. 그랬더니 평소 나에게 칭찬 한 마디 없으시던 선생님께서 글을 매우 부드럽게 잘 썼다며 칭찬해 주시는 게 아닌가?
그 한 마디에‘뿅’넘어간 나는 선생님이 밉다는 생각은 까맣게 잊고 즐겁게 공부를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았다. 계획대로 아니 내 생각대로 행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수업을 너무나 재미있게 하는 선생님을 차갑게 대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선생님이 밉긴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제는 선생님이 더 좋아졌다.
내가 만약 지금의 나 자신이 아니라면 승은이에게 이렇게 말하겠다.
“이승은, 넌 그런 것도 모르니? 그런 건 선생님이 제자에 대한 사랑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에이, 바보.”
라고 말이다.그리고 나는 이 말을 선생님께 꼭 해드리고 싶다.
“선생님, 죄송해요. 이제는 선생님의 독특한 사랑 방법 잘 이해하고 감사하게 생각할게요.”
이승은/서울 망원교 5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