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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예상 후보/산문]나는 바보
  • 어린이동아 취재팀
  • 1997-08-19 1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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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상 후보/산문]나는 바보

‘이승은 바보’ 난 지금 이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나 자신에게 바보라고 하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하지만 날 이렇게 말할 이유가 있는데…. 난 맨 앞자리에 앉는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실 때마다 튀기는 침을 언제나 감당해야 한다. 이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심심하면 나를 본보기로 때리시는 우리 선생님. 이런 것은 앞자리에 앉은 내 잘못이라고 쳐두자. 얼마 전 내가 정말 참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난 잘못이 없는 것 같았다. 단지 수업시간에 친구 효선이의 지우개가 떨어져 효선이에게 말해 준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선생님께서 나의 머리를 ‘꽝’ 하고 때리셨다. 난 무지무지 화가 났다. 잘못한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잘못은커녕 좋은 일을 한 것이었다. 그래서 발표고 뭐고 다 상관없다 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러면 선생님께서 “승은아, 미안하구나. 네가 장난을 하는 줄 알았어. 이제 화 풀고 즐겁게 공부하자.” 하고 말씀해 주실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나에게 신경 써 주실 것 같았던 선생님이 신경을 안 써 주시자 화가 났다. 또한 다른 아이들이 발표하는 소리를 들으니 더 화가 났다. 그래서 손을 번쩍 들고 내가 쓴 글을 발표했다. 그랬더니 평소 나에게 칭찬 한 마디 없으시던 선생님께서 글을 매우 부드럽게 잘 썼다며 칭찬해 주시는 게 아닌가? 그 한 마디에‘뿅’넘어간 나는 선생님이 밉다는 생각은 까맣게 잊고 즐겁게 공부를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았다. 계획대로 아니 내 생각대로 행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수업을 너무나 재미있게 하는 선생님을 차갑게 대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선생님이 밉긴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제는 선생님이 더 좋아졌다. 내가 만약 지금의 나 자신이 아니라면 승은이에게 이렇게 말하겠다. “이승은, 넌 그런 것도 모르니? 그런 건 선생님이 제자에 대한 사랑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에이, 바보.” 라고 말이다.그리고 나는 이 말을 선생님께 꼭 해드리고 싶다. “선생님, 죄송해요. 이제는 선생님의 독특한 사랑 방법 잘 이해하고 감사하게 생각할게요.” 이승은/서울 망원교 5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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