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은 우리 일상의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며 삶을 윤택하게 한다. 최근에는 AI를 역사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의미 있는 결과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선조들의 모습이 남아있는 사진을 복원하거나 방대한 규모의 고문서를 현대어로 번역하는 작업 등이 이뤄지는 것.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 스스로 학습한다는 AI의 특성을 활용해 역사 자료들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일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AI가 활용되는 역사 연구를 살펴본다. ​


실록 속 별 이야기 알아내요


조선왕조실록. 동아일보 자료사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는 다양한 천문 관측 기록이 전해진다. 한국천문연구원은 한국고전번역원과 함께 이러한 천문고전 분야 한문 원문을 한글로 자동 번역해주는 인공지능 번역기 개발에 들어갔다.

그동안 천문고전 분야는 고전번역가들이 일일이 직접 번역해 해석하고 확인하는 방식으로 작업해왔다. 2000년이 넘게 쌓여온 자료를 이런 식으로 하나씩 찾아가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 인공신경망기계학습(NMT)이 적용된 자동 번역기를 개발하면 번역에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NMT는 기계 번역 방식의 한 종류로 AI가 데이터 학습을 통해 문장 단위로 언어를 번역하는 기술이다. 문맥을 파악할 수 있어 더욱 자연스럽고 정확한 번역이 가능하다.

천문고전 분야에 특화된 자동 번역기 개발을 위해서 두 기관의 공동연구팀은 이미 한글로 번역된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외에도 제가역상집, 서운관지, 의기집설, 천동상위고 등 천문분야 고문헌 자료들을 번역기에 적용해 학습시킬 예정이다.​



생생히 복원된 독립운동가의 얼굴


슈퍼노바로 복원된 충칭 임시정부에서 찍은 독립운동가들의 기념사진. SK텔레콤 인사이트 캡처​

슈퍼노바로 복원되기 전(왼쪽)과 후의 김구 사진​

우리나라의 독립을 염원하며 국내를 비롯해 중국 곳곳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 그들의 모습이 담겨있는 사진은 오랜 세월 속에 빛이 바래 흐리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SK텔레콤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미디어 품질 개선 AI 솔루션 ‘슈퍼노바’를 이용해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고화질로 복원한 바 있다. 1945년 광복을 앞두고 중국 충칭에서 찍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사진을 고화질로 복원해 공개한 것.

슈퍼노바는 딥러닝 AI 기술을 적용해 사진, 영상, 음원 데이터 품질을 높이는 기술. 사진의 화소(사진이나 영상에서 화면을 구성하는 최소단위의 명암의 점)를 하나씩 나누고, 화소마다 적합한 색을 입혀 사진 자체의 품질을 높인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든 사진은 아무리 확대해도 화소 자체가 촘촘해 화질이 깨지지 않고 선명하다.​



읽히지 않은 연설문 살아나다


존 F. 케네디. 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1963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연설을 준비하던 중 총탄에 맞아 목숨을 잃게 된다. 이 때문에 그가 이날 하려던 연설은 음성 없이 연설문만 남아있었다.

읽히지 않은 그의 연설문을 다시 케네디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게 됐다. 아일랜드의 광고대행사와 컨설팅 기관, 영국의 오디오 기술 회사가 협업해 831건의 녹음된 케네디 연설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베이스(공유를 목적으로 통합해 관리되는 데이터의 집합)를 만들어 케네디의 읽히지 않은 연설을 AI 목소리로 구현해 낸 것. 케네디의 연설들을 잘게 쪼개 수개월에 걸쳐 목소리, 억양, 말투를 분석해 매끄럽게 말하는 것처럼 들리도록 조합했다.

케네디의 읽히지 않은 연설을 복원하는 과정은 캠페인으로 진행되었고 이 캠페인 광고는 칸 국제광고제에서 지난해 최우수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어린이동아 이지현 기자 easy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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