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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독립요리 쭝쯔
  • 김재성 기자
  • 2019-08-20 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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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1945년 11월,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이 귀국하기 전 중국 충칭에서 함께한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등과 오찬’ 메뉴로 등장한 ‘쭝쯔’(위)와 ‘훙사오러우’. 청와대사진기자단 


[1] 상하이 임시정부(임정) 시절 백범 김구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는 매일 어두워지면 집 뒤에 있는 쓰레기통을 뒤졌다. 쓰레기통 안에는 근처 채소상이 버린 배춧잎이 많았는데 그중 먹을 만한 걸 골라 씻고 소금에 절였다. 곽 여사는 이걸 끓여 죽과 찬거리(반찬거리)를 만들어 아들과 임정 요인(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뒷바라지(뒤에서 보살피며 도와주는 일)를 했다. 임정 요인들은 동전 한 닢으로 시장에서 국수 찌꺼기를 받아와 먹기도 했는데 그나마도 거르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2] 체격이 컸던 백범은 평소에는 식사량이 무척 많았다고 한다. *백범일지에 서대문형무소 투옥 시절의 고통을 적었는데 첫째는 악형, 두 번째는 배고픔, 회유와 우대가 그 다음이었다고 했다. 임정 시절에는 오후 늦게 이 집 저 집 동포들의 집을 다니며 한 술씩 얻어먹는 일이 많았는데, 임정이 재정적으로 극도로 궁핍(몹시 가난함)한 데다 조금이라도 돈이 생기면 폭탄이나 무기를 장만하는 데 먼저 썼기 때문이다. 이런 백범이 자주 먹었던 음식이 쭝쯔(粽子)였다. 


[3] 쭝쯔는 찹쌀이나 쌀가루를 대나무 잎이나 갈잎으로 싸 실로 묶은 뒤 쪄먹는 중국 음식이다. 지역에 따라 안에 돼지고기와 팥앙금, 대추를 넣기도 하는데 중국에서는 단옷날 쭝쯔를 먹는 풍습이 있다. 전국시대 초나라의 재상이자 시인인 굴원이 간신들의 참소(남을 헐뜯어서 죄가 있는 것처럼 꾸며 윗사람에게 고하여 바침)를 받아 이날 자결(스스로 목숨을 끊음)한 것을 기리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단옷날 외에 평소에도 우리의 김밥처럼 시간이 없을 때나 여행 중 휴게소 등에서 빨리 먹기 위해 애용(즐겨 씀)한다. 늘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해야 했던 백범에게는 간단하면서도 지니고 다니기 좋은 쭝쯔는 ㉠최적의 ‘독립요리’인 셈이다.


[4] 임정의 충칭 시절(1940∼1945년)에는 ‘납작 두부볶음’도 자주 식탁에 올랐다. 식사 등 임정 안살림을 맡았던 오건해 선생은 중국어를 하지 못해 재료를 사러 시장에 나가는 게 너무 눈에 띄고 위험한 일이어서 직접 콩을 재배(식물을 심어 가꿈)해 두부를 간장에 조린 이 음식을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독립유공자 및 유족을 초청해 함께한 오찬(손님을 초대하여 함께 먹는 점심식사)에도 쭝쯔와 오건해 선생이 만들었다는 ‘훙사오러우(紅燒肉·간장으로 조린 돼지고기)’가 등장했다.


[5] 올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최근 종로구 익선동에는 ‘독닙료리집’이라는 음식점이 한 달간 문을 열었다가 닫았다. 독립운동가들이 먹던 음식 10가지를 제공했는데 한 달간 6000여 명이 다녀가는 성황(모임 따위에 사람이 많이 모여 활기에 찬 분위기)을 이뤘다. 맛집이나 별미로 생각하고 찾아온 젊은이들은 음식에 담긴 사연을 듣고 숙연(고요하고 엄숙함)해했다고 한다. 대수롭지 않게 보였던 음식들에 깃들어 있는, 우리의 오늘을 있게 해준 고귀한 헌신과 희생의 역사에 고개가 숙여진다.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동아일보 8월 15일 자 이진구 논설위원 칼럼 정리 




▶어린이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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