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서울경인초(교장 유영숙 선생님)에서는 매일 오전 9시가 되면 음악이 울려 퍼진다. 이 음악은 책 읽기를 알리는 독서시작 송(song·노래). 이 학교 학생들은 자신이 가져온 책 또는 학급문고를 10분 동안 조용히 읽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유 교장 선생님은 “미래 인재에게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공감 능력이다”라면서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공감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재를 키우는 서울경인초의 교육 현장을 최근 찾았다.

저학년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고학년 학생들. 서울경인초 제공

책 읽어주는 교장 선생님

서울경인초 어린이들은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경험을 넓힌다. 

매월 넷째 주 월요일 아침이면 ‘BOOK 소리로 행복한 학교’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유 교장 선생님이 책 한 권을 방송을 통해 학생들에게 직접 읽어주고 그와 관련된 BOOK 소리 퀴즈를 내는 식으로 진행된다. 퀴즈에 대해 창의적인 답변을 한 어린이들의 의견은 학교 소식지에 실리며 소정의 상품도 주어진다. 지난 10월에는 ‘거짓말쟁이 왕바름’ 책을 유 교장 선생님이 읽은 후 ‘착한 거짓말은 해도 될까요? 해도 된다면 그 이유도 써보세요’라는 퀴즈를 냈다. 학생들은 ‘친구와 잘 지내기 위해서는 착한 거짓말을 해도 된다’ ‘하얀 거짓말로 사람들의 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 등의 답변을 했다. 퀴즈를 풀면서 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창의력도 키우는 것.

5학년 학생들로 이뤄진 독서예술동아리는 2학년 학생들에게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 활동을 한다. 이 학생들은 매주 목요일 방과 후에 모여서 여러 독후활동도 펼친다. 책 주인공을 캐릭터로 그리기, 역사책 읽고 역사적 사건 소개하기, 공포 소설책 만들기 등이 있다. 

학부모들 역시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매주 금요일 오전 10분 동안 학부모 독서동아리가 1, 2학년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갖는다.

‘사랑합니다’ 알려요

서울경인초 학생들이 직접 만든 포스터로 인사말을 홍보하는 모습

서울경인초는 학생들의 자치활동도 잘 이루어지는 학교다. 1학기에 학급 회의와 전교학생회의를 거쳐 이 학교만의 인사말인 ‘사랑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와 ‘사랑합니다’를 결정했다. 바뀐 인사말을 알리기 위해 9월에는 전교학생회장단이 등교하는 학생들 앞에서 “사랑합니다”라고 웃으면서 큰소리로 인사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4∼6학년 각 학급이 인사말을 알리는 포스터를 만들어 등굣길에 전시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알뜰바자회인 ‘사랑&나눔 어울림 장터’가 전교학생회의 주도로 열렸다. 전교학생회가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를 만들어 홍보했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쓰지 않는 물건을 사고파는 활동을 펼쳤다. 이 행사에서 얻은 수익금의 일부는 전교학생회의 논의를 거쳐 초록어린이재단에 기부됐다.

가족과 추억 쌓아요

서울경인초의 또 다른 자랑은 아버지들의 모임인 ‘아버지회’. 아버지회는 일주일에 한 번 학생들이 등굣길에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자전거 안전교육과 길 안내 봉사를 하고 있다. 6월에는 5, 6학년 학생들에게 축구를 알려주는 축구교실을 진행하기도 했다. 

10월 14, 15일에는 부자녀 캠프가 열렸다. 충남 부여군에서 진행된 이 캠프에는 230여 명이 참석했다. 캠프에 참여한 가족들은 백제시대의 절터인 정림사지를 견학하고 인공호수인 궁남지에서 그네를 탔다. 또 원반던지기, 컵 쌓기, 집라인(줄에 매달린 채 이동하는 레저스포츠) 등 여러 체험에 참여하면서 추억을 쌓았다.

▶어린이동아 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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