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서 가져온 큰 박스는 집에 두지 마세요. 박스에 살던 바퀴벌레들이 집에 옮을 수 있거든요. 박스 안 작은 틈은 바퀴벌레들의 안식처랍니다.”

 

우리나라 해충 구제(몰아내고 없앰) 기업인 세스코(CESCO)의 기술연구소 부문장인 손영완 해충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세스코에서 15년 째 해충의 특성을 연구하고 해충을 없애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지긋지긋한 해충, 어떻게 없앨까. 어린이동아 독자인 안수민 양(경기 안산시 안산송호초 5)과 윤겸 군(서울 강남구 서울언북초 3)이 서울 강동구에 있는 세스코 본사에서 손 연구원을 만났다.

 

 

여왕개미가 좋아하는 향은?

 

윤 군이 “해충 연구원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라고 묻자, 손 연구원은 웃으면서 “해충들에게 밥을 주며 하루를 연다”고 답했다.

 

무슨 말일까? 세스코 건물 지하에는 바퀴벌레, 파리, 쌀벌레 등이 수백 마리씩 사육되고 있다. 실험의 대상인 해충을 건강하게 키우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연구실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해충 연구를 한다. 손 연구원은 독일바퀴, 미국바퀴 등 다양한 바퀴벌레들의 표본을 보여주며 “현미경으로 해충의 입 모양, 걷는 모습 등을 유심히 관찰하고 해충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냄새도 알아낸다”고 말했다.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하던 안 양은 “이런 연구가 해충을 없애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나요”라고 물었다.

 

“여왕개미가 좋아하는 향을 알아냈다고 생각해볼까요? 일개미들 주위에 이 향이 나는 살충약을 놓아요. 그러면 일개미들이 이 약을 들고 여왕개미 앞까지 나르지요. 결국 이 약을 먹은 여왕개미는 죽고 여왕개미가 더 이상 알을 낳지 못하게 되면 결국 개미 무리는 사라집니다.”(손 연구원)

 

직접 벌레가 나오는 현장으로 출동해 연구도 한다. 손 연구원은 파리가 많이 출몰해 골치를 썩던 한 건물을 며칠씩 샅샅이 훑으며 파리가 꼬이는 이유를 알아내기도 했다. 지하에 쌓인 축축한 쓰레기 때문이었다고.

 

 

“해충이 귀여워”

 

안 양(왼쪽)과 윤 군(오른쪽)이 손 연구원을 따라 세스코에서 해충연구가 이뤄지는 현장을 탐방하는 모습

윤 군이 “인간에게 가장 해로운 곤충은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손 연구원은 “파리”라고 했다.

 

“파리는 나쁜 균이 사는 썩은 음식을 주로 먹고 살아요. 파리가 이곳저곳 옮겨 다니면서 결막염, 뇌척수막염 등을 유발하는 균들을 인간에게 퍼뜨리지요. 흔하지만 가장 멀리해야 하는 곤충입니다.”(손 연구원)

 

손 연구원은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어려서 집에 해충이 많아 괴로워했다는 그는 자신이 배운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해충으로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해충 연구원의 길을 걷게 됐다고 했다.

 

“연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안 양)

 

“해충을 보고 만지는 게 너무 징그럽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누군가는 이런 연구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겨냈어요. 지금은 해충이 귀여워요(웃음).”(손 연구원)

 

 

먼저 ‘호기심’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하실 예정인가요?”(윤 군)

 

손 연구원은 “해충을 죽이지 않고 없애는 방법을 연구할 것”이라며 “해충을 유인해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아예 특정 장소에 오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고안 중”이라고 말했다. 그가 해충을 유인하는 페로몬(동물 간 의사소통에 쓰이는 화학물질)을 만들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 손 연구원은 빈대 등 특정 곤충의 발로는 기어 다니지 못하는 특수한 표면처리를 한 소재도 개발 중이다.

 

“해충 연구원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가요”라는 안 양의 질문에 손 연구원은 “호기심”이라고 잘라 말했다.

 

“불을 끈 채 습한 지하실에서 며칠씩 밤을 새며 해충을 관찰해야 할 때도 있어요. 진심으로 해충에 대해 알고 싶어 해야 이렇게 끈기 있게 연구할 수 있습니다.”(손 연구원)

 

▶글 사진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