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시의 모기발생단계는 ‘주의’. 서울시는 이날 모기의 활동이 잦다며 야외활동을 할 때 모기기피제를 쓰도록 권장했다. 서울시는 4월부터 ‘모기예보제’를 실행해 매일 모기발생단계를 발표하고 있다.

모기예보제란 모기의 생태와 발육에 영향을 주는 기온, 습도를 고려해 측정한 ‘모기활동지수’에 따라 △쾌적 △관심 △주의 △불쾌 4단계에 걸쳐 예보단계를 발령하는 제도. 모기, 진드기와 같은 해충(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벌레)의 생태를 연구하는 곤충학자인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양영철 겸임교수는 이 제도를 만드는데 참여했다.

동아어린이기자인 서울 서초구 서울방배초 4학년 조서정 양과 경기 의왕시 갈뫼초 4학년 현진 군이 최근 경기 성남시 을지대에서 양 교수를 만나 ‘모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수컷모기는 피 먹지 않아

동아어린이기자들이 찾아간 양 교수의 연구실에는 수십 마리의 모기들이 든 상자가 있었다. 상자를 살펴보던 조 양이 “모기의 성별은 어떻게 구별하나요?”라고 물었다. 양 교수는 “더듬이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면서 “더듬이에 털이 많은 것이 수컷”이라고 알려줬다.

암컷모기와 수컷모기는 생애와 특징이 다르다. 암컷모기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다. 피에 든 동물성단백질이 알을 만들어 내는데 필수적인 영양소이기 때문. 반면 수컷모기는 식물의 열매나 꽃에 있는 당분을 먹는다. 암컷의 입은 사람의 피부를 뚫을 만큼 강하지만 수컷의 입은 힘이 약하다. 암컷모기는 평균 30일 가량 살지만, 수컷모기는 암컷과 짝짓기를 한 뒤 생을 마친다. 수명은 7~10일에 불과하다.

샤워 꼭 하세요

모기는 후각이 뛰어난 곤충이다. 냄새로 먹잇감을 찾아 달려든다. 양 교수는 “모기는 잘 씻지 않는 지저분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모기가 땀, 땀샘으로 나오는 지방, 숨쉴 때 밖으로 나오는 날숨 등에서 나는 냄새가 많이 나는 사람에게 달려드는 것. 양 교수는 “하루일과를 마치고 몸을 씻어서 냄새를 없애야 모기에게 덜 물린다”고 조언했다.

“모기가 특별히 좋아하는 환경이 있나요?” 현 군이 물었다. 양 교수는 “모기는 온도가 높고 습기가 많은 곳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습도는 모기가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조해지면 몸속 수분이 없어져 말라 죽기 때문.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의 여름이 길어지면서 모기의 숫자도 늘고 있다. 양 교수는 “기온이 올라가면 모기가 알에서 성충으로 자라는 시간이 짧아져 짧은 시간에 많은 모기가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해충도 쓸모가 있어요”

집에서 모기가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밖에서 집안으로 모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방충망에 구멍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모기는 물이 고인 곳에 알을 낳으므로 집안에 화분 받침대와 같이 물이 고인 곳이 없는지도 확인하자. 고인 물은 하수구에 버리지 말고 땅에 버려야 한다.

 

모기는 유칼립투스, 로즈마리 등 허브식물의 냄새를 싫어한다. 야외활동을 하기 전에 허브식물의 잎을 미지근한 물에 넣어 빻은 뒤, 거름지에 거른 물을 옷에 뿌리면 모기를 쫓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의 피를 빨아먹고, 병을 옮기는 ‘해충’인 모기. 아무 쓸모가 없어 보이지만 모기의 침에는 피를 굳지 않게 만드는 성분이 들어있다. 이 성분을 추출해 ‘혈전(피가 굳은 덩어리) 치료제’로 개발하는 등 산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양 교수는 “해충의 특성을 이용해 미래에 새로운 약을 개발할 수 있다”면서 “해로운 벌레도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성남=글 사진 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