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가슴에 ‘아크 원자로’를 달고 있다. 소형 핵융합로인 이 원자로는 아이언맨 슈트를 작동시키는 놀라운 에너지원이다.

 

작은 원자로에서 정말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이언맨의 아크 원자로는 실제로도 가능할까?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대전 유성구에 있는 국가핵융합연구소로 출동한 동아어린이기자는 대전 서구 대전성룡초 6학년 김환준 군과 경기 성남시 초림초 6학년 임선재 양.

 

두 어린이기자는 아크 원자로와 같은 기능을 해내는 한국형 핵융합 실험로인 ‘케이스타(KSTAR)’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핵융합연구소를 찾아 KSTAR를 직접 눈으로 살펴본 뒤 KSTAR 개발에 참여 중인 국가핵융합연구소 정진현 박사에게 핵융합의 과학적 원리에 대해 들었다.

 

한국형 핵융합 실험로 ‘케이스타’. 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1억℃ 플라즈마를 가둬라!

 

임 양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듯 핵융합은 매우 위험할 것 같아요”라며 핵융합의 안전성에 대해 질문했다. 정 박사는 “핵융합 실험을 진행할 때는 세기가 약한 방사선이 발생되기는 하지만 그 세기가 약하고 곧 없어지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원자력은 원자핵(원자의 중심입자)을 분열시켜서 얻는 에너지. 반대로 핵융합은 원자핵을 합쳐서 에너지를 얻는 원리. 핵융합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을 멈추면 핵융합 반응이 금방 멈추기 때문에 실험은 그만큼 안전하다고 정 박사는 설명했다.

 

“핵융합을 통해 얻는 에너지 효율은 원자력 발전을 통해 얻는 것보다 6배나 높답니다. 또 핵융합 실험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은 길어도 100년 안에는 모두 재활용이 가능해요.” (정 박사)

 

핵융합이 되려면 핵융합연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플라스마(plasma·고체도 액체도 기체도 아닌 제4의 물질상태로 자연에서는 번개가 이에 해당) 상태로 바꾼 뒤 섭씨 1억 도로 매우 뜨겁게 만들어줘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뜨거운 플라스마를 담을만한 ‘그릇’이 없다는 것.

 

그래서 과학자들이 생각해낸 방법이 도넛 모양의 자기장을 만들어 플라스마가 도넛 안에서만 원형운동을 하도록 함으로써 플라스마가 그릇 표면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자기장을 따라다니는 플라스마의 성질을 이용한 것.

 

국가핵융합연구소 정진현 박사(가운데)가 동아어린이기자인 경기 초림초 6학년 임선재 양(왼쪽), 대전성룡초 6학년 김환준 군과 함께 ‘플라스마 볼’을 보고 있다

에너지 97% 수입하는 ‘에너지 가난국가’

 

임 양은 “지금도 에너지를 만들어낼 방법은 많은데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에너지 빈국(가난한 나라)’이에요. 핵융합 에너지는 적은 양으로도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내므로 핵융합으로 전기를 만드는 것이 성공한다면 더 이상 에너지를 해외에서 들여오지 않아도 된답니다.” (정 박사)

 

마지막으로 김 군이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것처럼 작은 원자로를 만들어 에너지원으로 실제 사용할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정 박사는 “현대기술로는 아이언맨의 가슴에 부착된 것만큼 작은 핵융합로를 만들 수 없다”면서 “아직 높은 성능의 플라스마를 더욱 오랫동안 유지하는 기술에 다다르지 못했을 뿐 아니라 태풍처럼 미친 듯이 움직이는 플라스마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모자라다”고 말했다. 동아어린이기자들이 실망한 표정을 짓자 정 박사가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핵융합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내기까진 아직 개발해야할 기술들이 많이 남아있어요. 국가핵융합연구소는 2040년이면 핵융합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한다면 언젠가 아이언맨이 사용하는 작은 핵융합로도 개발되지 않을까요?”

 

▶글 사진 대전=이영신 기자 lys@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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