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건당국이 트랜스 지방을 가공식품에 사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첨가해 만드는 트랜스 지방은 식품의 저장 기간을 늘려주고 맛을 살려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패스트푸드 업체와 제과 업체들이 주로 사용해왔다. 마가린, 커피크림, 감자튀김, 냉동피자, 빵, 케이크, 전자레인지용 팝콘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7일(한국시간)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트랜스 지방은 음식에 사용하기에는 안전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60일 동안 각계의 의견을 들은 뒤 금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침이 최종 확정되면 트랜스 지방은 ‘식품 첨가제’로 분류돼 규정에 따른 허가 없이는 식품에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마거릿 햄버그 FDA 국장은 “트랜스 지방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면 한 해 심장마비 환자 2만 명, 심장질환 사망자 7000명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랜스 지방을 사용하는 것을 강력하게 규제한다면 미국 식품산업계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어떤 가공식품은 트랜스 지방대신 카놀라유(유채의 꽃씨로부터 얻은 기름)나 팜핵유(기름야자 열매의 핵에서 얻은 기름) 등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일부 식품은 아예 생산을 포기해야 한다.

 

▶안녕? 나는 트랜스 지방. 나를 사용해서 만든 튀김이나 팝콘은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더 강하지.

 

하지만 이제 나를 사용하는 것을 피하는 국가들이 점점 늘고 있어. 나를 많이 섭취하면 혈관이 굳거나 좁아져 각종 심혈관 질환(심장과 주요 동맥에 일어나는 병)이나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거야. 내가 오랜 기간에 걸쳐 몸에 쌓이는 동안 사람들은 별다른 증세를 느끼지 못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숨을 거두지.

 

한국은 2007년부터 식품에 트랜스지방 함량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어. 그런데 트랜스 지방 함량이 ‘0’으로 표시된 과자라고 해서 마구 먹어서는 곤란해. 식품 1회 제공량(과자의 경우 30g)에 0.2g 이하의 트랜스지방이 포함된 제품의 경우에는 천연적으로 존재하는 함량을 고려해 ‘0’으로 표시할 수 있게 되어있거든.

 

▶정민아 기자 m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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