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걸스’ ‘나쁜 기집애’ ‘여자 대통령’….

 

이효리, 투애니원의 씨엘, 걸스데이 등 요즘 잘 나가는 여성 가수의 신곡 제목들이다. 최근 대중문화계에선 강한 여자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노랫말 속 주인공들은 귀엽고 사랑스럽기보다는 직설적이고 강한 말투로 당당한 여성의 매력을 뽐낸다. 이처럼 대중이 강한 여성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귀엽고 예쁜 이미지에서 벗어나

 

‘욕심이 남보다 좀 많은 여자, 지는 게 죽는 것보다 싫은 여자,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매력 있는….’(이효리 ‘배드 걸스’)

 

‘그래 나는 쎄. 아주 사납게, 너 정도론 날 절대 감당 못해 (중략) 난 여왕벌 난 주인공, 당장 어디로 튈지 몰라 럭비공.’(씨엘 ‘나쁜 기집애’)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효리의 ‘배드 걸스’와 씨엘의 ‘나쁜 기집애’의 노래 가사 중 일부다. 이들은 기존 여가수들이 선보였던 귀엽고 예쁜 이미지에서 벗어나 강한 여성이라는 차별화된 이미지로 화제가 됐다.

 

최근 새 앨범을 발표한 걸그룹 걸스데이의 타이틀곡 제목 역시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여자 대통령’. 노래에는 ‘우리나라 대통령도 이제 여자 분이신데, 뭐가 그렇게 심각해 왜 안돼’란 가사가 등장한다. 걸스데이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자로서 가장 카리스마 있고 당당한 이미지가 뭐가 있을까 고민한 끝에 ‘여자 대통령’이라고 곡의 제목을 지었다”고 밝혔다.

 

과감하고 당당한 여성이 인기를 끄는 것에는 세계적인 대중음악계의 흐름도 반영됐다. 미국 출신의 여가수 레이디 가가와 비욘세 등 해외에서도 음악과 패션 모두 당당하고 과감한 여성 팝스타들이 대중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여성 팬들은 자신감 있고 파격적인 이들 가수를 동경하며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

 

 

 

카리스마 넘치는 여자 주인공이 화제가 된 드라마 ‘여왕의 교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나치게 직설적인 표현은 오히려 반감

 

강한 여성이 눈에 띄는 것은 TV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방영이 끝난 KBS 드라마 ‘직장의 신’의 주인공 미스 김(김혜수 역),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MBC 드라마 ‘여왕의 교실’의 마여진 선생님(고현정 역),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장희빈(김태희 역) 등 최근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는 드라마 주인공은 모두 카리스마 넘치고 독립적인 여성들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강한 여성이 대중문화의 대세로 떠오른 이유에 대해 ‘유리 천장’(여성의 성공을 막는 보이지 않는 벽)을 뚫고 성공한 여성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능력이 높아졌고, 양성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짐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기 때문에 이 같은 흐름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강한 여성의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여가수들이 지나치게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반감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있다. 씨엘의 노래 제목 ‘나쁜 기집애’에서 ‘계집애’의 잘못된 표현인 ‘기집애’는 ‘여자아이’를 낮게 이르는 말로 욕에 가까운 표현이다. 이 노래 가사 중간 중간에도 다른 사람을 얕잡아보는 내용과 함께 비속어가 종종 등장한다. 이 밖에 포미닛의 ‘이름의 뭐예요’, 달샤벳의 ‘내 다리를 봐’ 등의 경우 지나치게 직설적인 표현과 그 표현에 맞춘 노출이 심한 무대 의상으로 선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비치 기자 ql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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