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 내가 걷는 이 거리는 80년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혹시 그 오랜 세월의 변화를 한 자리에서 꿋꿋이 지켜본 근대건축물을 본 적이 있나요?

 

도심 곳곳에 남아 있는 근대건축물은 겉보기에 낡고 오래된 건물이지만, 역동적인 한국 근현대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소중한 근대유산입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7월 21일까지 1층 기획전시실에서 ‘개항, 전쟁 그리고 한국근대건축 전’을 엽니다. 일제강점기, 해방, 한국전쟁을 거치며 우리나라 근대사의 중요한 상징이 된 건축물들, 현재는 어떤 모습으로 사용되고 있을까요?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자료를 중심으로 건축물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비교해보아요.

 

 

경성전문의학전문학교 부속의원(1928년)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예정)

 

아래 사진 속 오른쪽 건물은 1928년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세운 경성의학전문학교 부속의원입니다. 우리나라 건축가 박길룡(1898∼1943)이 설계에 참여했지요.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이 건물은 일제가 건물을 세우기 전에는 조선시대 왕실의 종친부가 있었지요. 종친부는 조선시대 왕들의 족보와 얼굴 모습을 그린 영정을 모시고, 왕족의 인사 문제와 갈등 조정 등의 기능을 하던 곳이었지요. 일제는 조선 왕실의 상징이었던 종친부 건물을 하나씩 허물고 이 건물을 지었어요.

 

1971년에는 국군기무사령부(군사에 관한 정보수집 및 수사를 맡는 군 수사정보기관)로 사용되면서 30년간 일반인의 출입과 공개가 통제되었어요. 그 후 2009년 이 부지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짓기로 결정됐고, 현재 리모델링 공사 중이랍니다. 올해 11월 개관을 앞두고 있지요. 군사의 기밀을 다루던 폐쇄적인 공간이 대중에게 열린 미술관으로 새롭게 바뀌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지요?

 

 

 

1937년 설계된 화신백화점(위). 화신백화점 부지인 현재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종로타워

화신백화점(1937년) → 종로타워

 

이 건물은 1937년 근대건축가 박길룡이 설계한 ‘화신백화점’입니다. 일제시대에 우리민족의 자본으로 세워진 백화점이라 의미가 깊은 건축물입니다.

 

서울 종로구 한 가운데에 661㎡(200평)가 넘는 면적과 지하 1층 지상 6층의 규모를 가진 이 건물은 지어진 후 서울 전체인구의 80%가 이곳을 다녀갔을 만큼 근대 소비문화를 이끌었던 상징적인 건물이에요.

 

이렇게 의미가 깊은 이 건축물은 1988년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안타깝게 헐리고 말았지요. 현재 이 자리에는 외국인 라파엘 비뇰리가 설계한 종로타워가 들어서 있어요.

 

 

 

1960년대 숭례문 복원 현장(위). 지난달 복구 기념식이 열려 시민에게 공개된 지금의 숭례문

1960년대 숭례문과 지금의 숭례문

 

이 사진은 1960년도에 숭례문 복원공사가 한창이던 숭례문 주변 거리의 모습이에요. 얼마 전 화재로 인해 소실됐다 복구된 숭례문이 공개됐었지요? 숭례문 주변에 광장이 펼쳐진 지금과는 다르게 그 당시에는 전차가 다니는 복잡한 도로로 둘러싸여 있었네요.

 

당시 숭례문은 6·25 전쟁으로 인해 훼손이 많이 된 상태였고, 이를 복원하기 위한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고 해요.

 

숭례문은 전통건축물이지만 한국 근대건축의 뿌리가 된 중요한 건축물이에요. 우리나라 근대 건축가들은 우리의 전통건축을 바탕으로 서양의 건축방식과 조화를 이룬 근대건축물을 짓기 위해 고심했다고 합니다.

 

▶정민아 기자 m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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