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동이 에잇! 오늘은 운이 안 좋네!

어솜이 어? 어동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보여. 무슨 일 있었니?

어동이 오늘 학교에서 시험을 봤는데. 하필이면 내가 공부하지 않은 부분에서만 문제가 나왔지 뭐야? 사실 어제 공부하기 싫어서 교과서 홀수 쪽에 나온 내용만 공부했거든. 나는 정말 복이 지지리도 없나봐. ㅠㅠ

어솜이 헐∼. 너는 복이 없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안 한 것에 대한 당연한 대가를 치른 거야. 복은 열심히 노력한 사람에게나 따라오는 거라고.

어동이 힝∼. 그럼 옛 조상들이 복을 빌기 위해 한자로 ‘복(福)’자가 새겨진 물건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는데. 다 소용없는 짓이네?

어솜이 그렇지 않아. 세상일은 열심히 노력해도 운이 따라주지 못해 안 되는 경우도 종종 있잖아? 또 살다보면 갑자기 나쁜 일이 닥치기도 하고 말이야. 조상들은 평소에 좋은 일이 많이 생기고,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복’을 간절히 빌었던 거야.

지금 경기 광주시 경기도자박물관에서는 ‘복, 간절한 염원의 장식’전이 열리고 있어. 그곳에 가면 우리 조상들이 복을 어떤 방식으로 기원했는지 알 수 있대. 함께 전시물을 살펴볼까?

복을 불러오는 글자는?

조상들은 모든 일이 잘 풀리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바라는 마음으로 집안 곳곳의 물건에 ‘福’(복 복)자와 ‘壽’(목숨 수)자를 그려 넣었어. 밥 먹는 그릇 속이나 숟가락, 젓가락 손잡이 부분에 이런 글자가 새겨진 것을 본 적이 많을 거야.

사진은 방을 장식하는 용도로 걸렸던 병풍 ‘백수백복도’ 중 1폭이야. 글씨를 자세히 살펴봐.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福’자와 ‘壽’자가 다양한 형태로 써있지?

물위로 뛴 잉어는 ‘출세’를 의미

벼루에 어떤 물고기가 새겨져있지? 이 물고기는 ‘잉어’야. 먹을 갈 때 쓰는 벼루에 왜 ‘잉어’가 새겨져 있을까?

옛 선비들의 가장 큰 꿈이자 목표는 바로 ‘입신양명(立身揚名·출세하여 세상에 이름을 알림)’이었어.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에 급제하고 관직에 나가 나라를 위해 공을 세워야 했지. 때문에 선비들이 공부할 때 쓰는 벼루, 붓 등 소지품에는 잉어가 새겨져 있는 것이 많았어. 물 위로 튀어 오르는 잉어는 바로 과거급제와 출세를 의미했거든.

예로부터 전해져오는 물건에는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문양인 ‘길상문’이 새겨져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어. ‘길상(吉祥)’은 ‘운이 좋을 조짐’이라는 뜻을 가진 한자어야.

길상문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십장생(十長生)’이야. 오래 산다고 믿어왔던 열 가지를 한데 모아 불로장생(不老長生·영원히 늙지 않고 오래 삼)의 상징물로 삼은 것이지. 그림 속 백자청화에도 해 산 물 돌 소나무 달 불로초 거북 학 사슴 등 십장생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어.

‘꽃 중의 왕’ 탐스러운 모란

사진 속에 나온 주머니는 숟가락을 보관할 때 쓰였던 ‘수저집’이야. 분홍빛의 모란이 아주 탐스럽게 잘 수놓아져 있지? 모란 또한 조상들이 즐겨 지니고 다녔던 ‘길상문’이었단다. 모란은 탐스럽고 화려하게 꽃의 모양 때문에 예로부터 ‘꽃 중의 왕’이라고 불렸고, 사람들에게는 ‘부귀영화’를 가져다주는 상징으로 여겨졌단다. 7월 7일까지. 어린이, 청소년 2000원. 성인 3000원. 문의: 031-799-1500

▶정민아 기자 m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