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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사람이 상자인 줄… 죽음 부른 ‘사람 잡는 로봇’
  • 이선행 기자
  • 2023-11-14 1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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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에서 로봇은 다방면으로 이용된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작업하는 로봇의 모습. BBC 홈페이지 캡처

 

‘로봇이 공장에서 사람을 죽였다.’ 최근 경남 고성의 한 농산물 선별(품종을 골라냄) 작업장에서 산업용 로봇 팔에 40대 작업자가 끼여 숨졌다는 사고 소식은 해외로도 빠르게 보도되었어요. 컨베이어 벨트(물건을 연속적으로 이동·운반하는 띠 모양의 운반 장치)를 세워놓은 채 센서를 점검하던 상황에서 로봇이 사람을 박스로 오인(잘못 보거나 잘못 생각함)한 결과로 추정돼요.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달로 로봇이 급속히 지능화, 고도화(정도가 높아짐)되는 시점에 로봇이 일으킨 사고여서 크게 주목받았어요.

 

생산 현장에서 로봇으로 인해 사람이 목숨을 잃은 첫 사례는 1979년 미국 포드자동차의 생산 공장 사고. 기계가 느려지자 현장에 있던 작업자가 손으로 이를 직접 손보려다 1t(톤)짜리 로봇 팔에 맞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올해 군산과 대구, 예천 등지(그 밖의 곳들)의 국내 공장에서도 근로자들이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이어졌어요. 산업용 로봇은 무게만 수 t(톤)에 달하는 대형 기계여서 한번 사고가 벌어지면 심각한 인명 사고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례들은 모두 로봇의 오작동(기능 이상으로 잘못 작동함)으로 인한 결과. 기계 결함(부족하거나 완전하지 못하여 흠이 되는 부분) 혹은 프로그래밍된 알고리즘엔 없는 돌발 상황이 발생한 경우들입니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열린 국제 체스대회에서는 AI 로봇 선수가 7세 소년의 손가락을 잡아 부러뜨리는 사고가 난 적이 있어요. 소년이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너무 빨리 ㉠말을 옮겨버려 로봇이 혼란에 빠졌다는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이런 기계적 결함을 넘어 로봇이 의도적으로 사람을 공격하게 될 수 있다는 경계심도 상당해요. ‘아이, 로봇’ 같은 공상과학영화(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미래 또는 우주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일을 다룬 영화)에서 일찌감치 구현(구체적인 사실로 나타나게 함)된 미래 상황입니다.

 

실제 로봇 기술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요. 클라우드 로봇은 스스로 인터넷에 접속해 새로운 업무를 업데이트하고, AI 두뇌를 이용해 제품이나 재료를 조건별로 분류해내는 일도 척척 해냅니다.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는 고무를 이용한 로봇용 인공근육 개발이 한창이에요.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주는 첨단 로봇은 이제 공장의 단순노동뿐 아니라 고난도 설계 작업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산업 현장을 파고드는 추세입니다. 아마존이 현재 전 세계 물류센터에서 운영하는 로봇만 20만 대가 넘어요.

 

제조업이 발달한 한국은 산업용 로봇 밀도(빽빽한 정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예요. 로봇 기술 경쟁력은 세계 5위권 안팎으로 평가받습니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개발 경쟁 속에 로봇 활용은 더 늘어날 거예요. 너무 똑똑해진 휴머노이드 로봇이 파업(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한꺼번에 작업을 중지하는 일)에 나서거나 CEO 자리를 뺏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를 일. 모든 상황에 대처할 안전장치 또한 더 정교(정확하고 치밀한)하고 철저해져야 해요. 인간과 로봇의 팀워크는 예측 가능하고 통제된 환경에서만 작동해요.

 

동아일보 11월 10일 자 이정은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이선행 기자 opusno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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