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어요. 야구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순간은 아마도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타자(야구의 공격하는 팀에서 공을 치는 사람)가 터트리는 홈런일 것. 홈런은 타자가 친 공이 야구장의 펜스(울타리) 밖으로 넘어가는 상황을 말해요. 홈런이 나오면 한꺼번에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어 팀의 극적인 역전을 이끄는 기회가 되곤 하지요.

타자의 뛰어난 실력 외에도 홈런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져 화제입니다. 대체 어떤 상황에서 홈런이 쉽게 터지는 걸까요? 

지구온난화가 홈런 터트린다?

최근 미국 MLB에서 LA 다저스의 선수가 홈런을 터트린 모습.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날씨가 더울수록 홈런이 자주 터진다.’ 그동안 야구팬들 사이에서 전해지던 말인데 최근 한 연구결과를 통해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진은 지구온난화에 따라 기온이 오르면서 미국의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나오는 홈런이 과거에 비해 늘었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과학학술지 ‘미국기상학회보’에 발표했어요.

기온이 오르면 공기의 밀도가 떨어져 야구공이 공기 중에서 받는 저항이 줄어요. 이에 따라 타자가 친 공이 더 멀리 날아가게 되고 홈런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지요.

연구진은 1962∼2019년 메이저리그에서 열린 경기와 홈런 장면을 분석했어요. 그 결과 야구장에서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홈런이 나올 확률이 1.96%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이들은 2010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나온 홈런 중 500개 이상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비거리(공이 날아간 거리)가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어요.

공과 홈런의 관계는?

서울 잠실야구장에 KBO 공인구가 쌓여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야구공 그 자체도 홈런이 발생할 확률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이지요. 그래서 각국의 프로야구리그는 야구공이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인구(공식적으로 사용을 인정한 공)’를 제작합니다. 공의 재질과 무게, 크기, 심지어는 실밥의 개수까지 모두 똑같게 만드는 것이 핵심.

야구공의 반발계수가 특히 홈런 확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요. 반발계수란 두 물체가 부딪칠 때 튀어나가는 정도를 나타낸 값. 반발계수가 높은 공일수록 타자의 방망이에 맞으면 더 멀리 튀어나가기 때문에 홈런이 터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프로야구(KBO)는 물론이고 MLB에서는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낮추는 추세예요. 홈런이 너무 자주 나와 경기를 보는 재미를 떨어뜨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 홈런의 극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지요.

고도가 높은 곳은 ‘홈런 공장’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에 있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쿠어스 필드’의 전경. 덴버=AP뉴시스

미국 콜로라도 주에는 ‘홈런 공장’이 있어요. 비거리가 엄청난 초대형 홈런이 자주 나와 야구팬들 사이에서 이 같은 별칭으로 불려요. 바로 ‘쿠어스 필드’로 MLB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이에요. 지난 2018년 쿠어스 필드에서 153.9m짜리 홈런이 터졌는데 역대 MLB에서 나온 홈런 가운데 가장 멀리 날아간 것이지요.

쿠어스 필드는 로키산맥 자락에 있는 야구장으로 해발고도가 1600m에 달해요. 고도가 높으면 공기가 희박해지면서 밀도가 낮아지고 그래서 야구공이 상대적으로 멀리 날아갈 수 있는 것이에요. 타자들에게는 홈런을 내기 딱 좋은 환경이지만 투수(야구의 수비하는 팀에서 공을 던지는 사람)들에게는 경기를 풀어나가기 어려운 조건이라 쿠어스 필드는 ‘투수의 무덤’이라고도 불려요.​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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