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공룡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를 떠올려볼까요. 예리한 송곳 같은 이빨이 떠오르기 마련이지요. 무시무시한 이빨은 입을 다물어도 밖으로 드러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어요. 그런데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제 이 공룡의 이빨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추정돼요. 사람처럼 치아가 입술 안에 숨겨져 있었다는 것이에요.

입술로 날카로운 이빨 꽁꽁

육식공룡이 입술이 있었을 때를 가정해 만든 가상 이미지. 내셔널지오그래픽 홈페이지 캡처

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은 육식 공룡에게 크고 단단한 이빨은 생존과 사냥에 필수적이지요. 무기나 다름없는 이빨을 못 쓰게 되면 공격력을 잃어버릴 테니까요. 그간 팔다리를 이용해 이동하는 수각류 육식 공룡의 이빨은 항상 돌출돼 있다고 여겨져왔어요. 그런데 최근 이들의 이빨이 입술에 덮여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어요.

미국 오번대 고생물학 연구진은 “코모도왕도마뱀과 비슷하게 공룡들도 입 주변에 입술 역할을 하는 연한 조직을 가졌을 것”이라고 밝혔어요. 코모도왕도마뱀은 육식 도마뱀으로 이빨이 입술에 가려져 있지요.

연구진은 △공룡 이빨의 해부학적 구조 △마모(닳아 없어짐) 상태 △현존 파충류의 턱 모양을 바탕으로 연구에 나섰어요. 그 결과 수각류 공룡의 이빨 법랑질(치아 바깥에 있는 단단한 부위)이 마모된 흔적이 거의 없다는 걸 발견했어요. 보통 법랑질은 침이 마르거나 외부에 노출되면 닳아요. 하지만 이들 공룡은 밖으로 돌출된 이빨을 가진 악어 등의 동물에 비해 손상이 적었지요. 이를 통해 공룡의 이빨이 입술에 쌓여 있었다고 봐요. 날카로운 이빨을 입술로 보호할 수 있었던 셈.

연구진은 “1980∼1990년대 영화 등에서 입술이 없는 형태의 공룡이 나오면서 입술이 없다는 인식이 뿌리내렸다”면서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티라노사우루스 등의 공룡도 입술과 같은 연한 조직을 가진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고 밝혔어요.

작고 긴 눈 가질수록 강하다?

작은 눈의 모양과(왼쪽) 큰 눈 모양을 시뮬레이션한 가상의 이미지. 버밍엄대 제공

각각 다른 공룡의 눈 모양을 표현한 이미지

육식 공룡의 눈 모양이 공격력과 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어요. 좁고 긴 눈을 가진 공룡일수록 ‘무는 힘’이 좋았을 것으로 봐요. 영국 버밍엄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에 이런 내용을 발표했지요.

연구진은 화석화된 두개골 표본 410개를 연구에 활용했어요. 표본에는 중생대(2억5000만∼6600만 년)에 살았던 초식공룡 트리케라톱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부터 악어와 같은 현존 동물의 조상까지 포함했어요. 이들의 두개골을 바탕으로 눈 모양을 시뮬레이션(실제와 비슷한 모형을 만들어 모의적으로 실험해 특성을 파악하는 일)한 결과 대부분의 초식 동물은 새끼부터 성체(다 자란 몸)까지 동그란 모양 눈을 유지했어요. 반면 육식 동물은 어릴 때는 원형의 눈 모양을 가졌지만, 자랄수록 길쭉한 형태의 작은 눈으로 변화했습니다.

이런 진화는 무는 힘과 관련이 있다고 해요. 가령 어린 티라노사우루스가 자라 몸집이 커지면, 체격을 유지하기 위해 어릴 때보다 더 큰 먹이를 먹어야 해요. 그렇기에 먹이를 무는 힘이 이전보다 강력해야 하지요. 이때 좁은 눈이 도움이 된다는 것.

연구진은 “턱을 세게 움직일수록 두개골에 가해지는 충격이 덩달아 커지는데, 둥글고 큰 눈보다 좁고 작은 눈일수록 두개골에 받는 힘을 여러 군데로 나눠 준다”면서 “이런 눈 모양이 두개골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주기에 먹이를 더 쉽고 강하게 물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어린이동아 권세희 기자 ksh0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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