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뉴스
  • [눈높이 사설] 재개발에 베이고 잘리고... 가로수 사라지는 회색도시
  • 이선행 기자
  • 2023-04-09 15:40:00
  • 인쇄프린트
  • 글자 크기 키우기
  • 글자 크기 줄이기
  • 공유하기 공유하기
  • URL복사

[눈높이 사설] 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 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높은 빌딩과 도로 사이로 가로수들이 심어져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가로수들을 가지치기하고 있는 모습


30여 년간 시민들을 품어온 ㉠울창한 가로수길이 단 이틀 만에 사라졌어요. 경부고속도로 판교 나들목(도로의 교차 지점에 신호 없이 다닐 수 있게 만든 시설)에서 경기 성남시 분당구로 이어지는 500여m는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지요. 하지만 지난해 3월 아름드리나무(크기가 두 팔을 둥글게 모아서 만든 둘레를 넘는 나무) 70여 그루가 한꺼번에 베어지며 지금은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되었어요. 새로 짓는 호텔의 진·출입로와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 이유. ‘가로수 학살(마구 죽임)’이 도시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재개발·재건축, 도로 확장 등 각종 개발 사업에 수난(견디기 어려운 일)을 당하고 있어요.

도심의 가로수는 도시인들이 가장 가까이 접하는 숲입니다. 삭막한(쓸쓸하고 고요한) 도시가 그래도 철마다 여러 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것도 가로수 덕분이지요. 하지만 인간의 욕심으로 도시에선 점점 가로수가 사라지며 ㉡회색빛이 짙어지고 있어요.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의 가로수는 29만5852그루로, 2021년보다 8087그루나 줄었습니다. 2019년 이후 계속 감소 추세(어떤 현상이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향)예요. 가뜩이나 서울은 숲이 부족한 도시여서 더 안타까워요. 가로수를 포함해 도로변 녹지(나무를 심은 곳), 근린공원 등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1인당 4.97㎡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9㎡의 절반을 겨우 넘어요.

살아남았다고 살아 있는 것도 아니에요. 수시로 난도질(칼로 물건을 함부로 마구 베는 것) 수준의 가지치기를 당합니다. 간판을 가린다, 열매 냄새가 난다 등 이유는 수십 가지. 풍성한 나뭇잎과 가지를 모두 잃은 채 기둥만 앙상하게 남아 ‘닭발’ 가로수가 됩니다. 관리하기 편하다고 함부로 가지치기를 하는 것은 가로수엔 치명적(생명을 위협하는 것). 가지를 자른 절단면이 병해충(해를 입히는 병과 해충)에 노출돼 썩기 쉽고 수명도 짧게 줄어들어요. 가지치기를 마구 해서 말라죽는 가로수가 매년 1만6000그루에 이른다고 합니다. 미국·홍콩 등은 나뭇잎이 자라는 부위의 25% 이상은 제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요.

이렇게 시달리는데도 가로수는 인간에게 아낌없이 퍼줍니다. 사람들이 배출한 탄소를 흡수하고 맑고 시원한 공기를 뿜어내지요. 미세먼지도 걸러내요. 산림청에 따르면 도시에 만들어진 숲은 나무 한 그루당 연간 미세먼지 35.7g을 흡수한다고 해요. 나무 47그루는 경유차 한 대가 1년간 배출하는 미세먼지를 흡수할 수 있는 거예요. 한여름엔 그늘막보다 열을 낮춰주는 효과가 25% 더 좋고, 도시 소음도 줄여줍니다.

식목일을 이틀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선 ㉢‘나무의 권리’를 선언하는 한 환경단체의 행사가 열렸어요. 나무에겐 마음껏 뿌리 내리고, 햇볕을 쬐고, 함부로 뽑히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지요. 나무가 사라진 도시에선 인간도 살 수 없어요. 나무를 심는 것만큼이나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식목일에 나무는 심지 못했더라도 ‘나무의 권리’는 한 번쯤 되새겨볼 만합니다.


동아일보 4월 5일 자 김재영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이선행 기자 opusno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권지단
  • 댓글쓰기
  • 로그인
    • 어동1
    • 어동2
    • 어동3
    • 어동4
    • 어솜1
    • 어솜2
    • 어솜3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

NIE 예시 답안
시사원정대
  • 단행본 배너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