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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응급실 표류' 막으려면?
  • 이선행 기자
  • 2023-04-06 15: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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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사설] 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 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구급 대원들이 응급환자가 갈 병원을 알아보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 응급실 의사가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다른 병원을 찾고 있다


갑자기 경련(특별한 이유 없이 근육이 갑자기 떨리는 현상)을 일으킨 세 살 아기가 병원 11곳을 돌다가 의사 선생님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어요. 지게차에 깔려 다리가 부러진 30대 남성은 6시간 넘게 응급실을 떠돌다가 골든타임(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사고 발생 후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놓쳐 다리를 절단해야 했습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구급차와 응급실에서 37일을 보내며 취재한 환자 26명의 응급실 표류기(정한 곳 없이 돌아다닌 이야기)는 의료 강국 한국의 무너지는 응급의료 체계를 아프게 보여줍니다. 많은 독자들이 “응급실 찾아 표류, 나도 겪었다” “아이가 응급실 갈 일이 생길까 겁난다”며 공감을 보냈어요.

한국은 의술(의학에 관련된 기술)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병상(병든 사람이 눕는 침상) 수도 세계 최고 수준이에요. 그럼에도 응급실 병상을 찾아 헤매는 이유는 수술할 의사가 없어서입니다. 의사 수도 부족하지만 기계로 하는 검사는 비싸게, 환자 살려내는 의사의 손기술엔 헐값(물건의 원래 가격보다 훨씬 싼값)을 매기는 왜곡된(사실과 다른) 의료수가 탓이 커요. 머리를 열어야 하는 수술은 최소 6명의 의료진이 3시간 넘게 매달려야 하는데 환자 1명당 병원이 받는 돈은 274만 원 정도.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신경외과 전공의 1년 차 111명의 12년 후 진로를 추적했더니 수술실을 지키는 의사는 10명뿐이었어요. 불필요한 검사와 경증 치료에 쓰이는 건강보험 재정(공공 정책 시행을 위해 자금을 만들어 관리하고 이용하는 경제 활동)을 응급 수술에 투입해야 하지만 정책의 혜택을 받는 사람을 줄이는 일이어서 정부도 국회도 나서지 않는 상황입니다

의사와 환자를 이어줄 시스템도 고장 난 상태예요. 119구급차에 탄 환자를 신속하게 응급실로 보낼 수 있는 대책은 정보 공유를 꺼리는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의 ㉠칸막이 행정에, 어렵게 만든 병원 간 응급 환자 정보 공유 플랫폼은 국회의 입법(법률을 제정함) 지연(일을 더디게 끌어 시간을 늦춤)에 무용지물(쓸모없는 물건)이 돼버렸어요. 결국 119구급대원들도, 의사들도 환자를 받아 줄 병원을 찾느라 수십 번씩 일일이 전화를 돌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응급실 찾다가 거리에서 죽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응급의료 대책을 내놓지만 그때뿐이에요. 지난달 발표한 ‘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핵심 대책 9개 중 8개는 5년 전 발표한 3차 기본계획을 재탕(한 번 썼던 말이나 일을 다시 되풀이함)한 것이지요. ㉡중증 외상 환자가 119 신고부터 응급실 도착까지 걸린 시간의 중위 값(수를 일정한 기준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값)이 2015년 25분에서 2020년엔 32분으로 늘어났습니다. 구급차를 타고 1시간 넘게 거리를 헤매는 ‘응급실 뺑뺑이’를 3분마다 1명꼴로 겪어요. 환자 10명 중 1명은 적절한 치료를 못 받고 다른 병원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5년 내에 응급수술 대란(크게 일어난 난리)이 닥친다는 현장의 경고를 흘려들어서는 안 됩니다.



▶어린이동아 이선행 기자 opusno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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