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어린이동아 3월 16일 자 5면관련 찬반토론입니다.

최근 네덜란드의 도시 헤이그에 있는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서 인공지능(AI)이 그린 작품을 전시해 논란이 일었어요.

미술관은 그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다른 미술관에 빌려주는 동안 모작(남의 작품을 그대로 본떠서 만든 작품)을 공개 모집하는 공모전을 열었어요.

접수된 작품들 중 5점을 뽑아 원작(원래의 작품)이 있던 전시실에 내걸었는데, 그 중 한 점이 AI가 그린 그림이었던 것.

문학이나 미술 등의 원본 데이터를 학습해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AI 이미지 생성기로 제작한 그림은 인간의 창조적 활동인 예술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어요.

그러나 AI를 활용해 그림을 제작하는 과정도 충분히 창조적이라는 반대 의견도 있었지요.

이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을 소개합니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홈페이지 캡처

AI가 그린 모작 ‘빛나는 귀걸이를 한 소녀’. 율리안 판디컨 인스타그램 캡처

[찬성]

AI 그림도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예술’이라고 하면 붓과 연필 등으로 그린 그림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예술의 영역은 매우 넓습니다. 1917년 프랑스 미술가 마르셀 뒤샹은 남성용 소변기에 ‘샘’이라는 이름을 붙여 전시회에 출품했어요. 당시에는 이를 예술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현재는 모두가 예술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AI 그림도 예술의 새로운 유형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AI는 입력한 명령어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내놓습니다. 모두가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해도 전부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AI로부터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적절한 단어를 입력해야 합니다. 명령어를 입력하거나 결과를 선택하는 등 AI 그림을 제작하는 과정에도 인간의 창의력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AI 그림도 창조적 활동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현아(서울 강남구 서울언북초 5)

[반대]

AI 그림은 예술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들은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들여 고민과 수정을 거듭합니다. 반면 AI 그림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명령어만 바꾸면서 입력하고 결과물도 쉽게 수정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AI 프로그램이 내놓은 결과를 간편하게 고른 그림은 예술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또한 AI 그림은 예술가들의 저작권을 침해합니다. AI는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데이터를 토대로 결과를 내놓기 때문입니다. AI 그림을 예술 작품으로 인정한다면 자신의 작품을 위해 공들여 작업하는 예술가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오주영(대전 유성구 대전노은초 4)

​

[반대]

AI 그림은 예술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술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술가들을 존중하는 이유는 위대한 작품에 대한 감탄은 물론이거니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작가를 격려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AI 그림은 명령어를 입력해서 얻은 결과물에 불과합니다. 인터넷에 쉽게 검색해서 얻은 결과를 학자들의 노력이 담긴 연구결과와 논문처럼 여기지 않듯이 AI 그림도 예술 활동으로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AI는 인간의 창조물을 학습해서 결과를 내놓을 뿐입니다. AI 그림은 인간의 작품을 따라하고 재생산한 결과입니다. AI 그림을 예술 작품으로 인정한다면 예술의 영역을 혼란시킬 것입니다.

▶양우진(광주 서구 효광초 4)

​

[반대]

AI 그림은 예술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술 작품은 창의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집니다. ‘창의’는 새로운 의견을 생각해내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AI는 스스로 새로운 의견을 생각해낼 수 없습니다. 인간의 창조물을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명령어에 따라 결과를 내놓을 뿐입니다. 결국 AI 프로그램으로 그린 그림들은 인간의 창작물을 약간씩 변형하고 혼합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AI 그림을 예술로 인정한다면 창의적인 예술 활동을 위해 노력하는 예술가들이 허무해질 것입니다.

예술은 인간의 정신과 마음이 깃든 창조적 활동입니다. 그래서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창작자의 감정과 의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 그림에는 인간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이 담겨있지 않습니다.

▶이아름(경기 용인시 샘말초 3)

​

▶어린이동아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