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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서울 한복판서 쓰러져도 25곳서 퇴짜 맞는 응급의료체계
  • 김재성 기자
  • 2023-04-02 12: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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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구급차 안에 누워 있는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찾기 위해 119구급대원이 각기 다른 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걸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1] 올해 1월 12일 서울 잠실에서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68세 응급환자가 발생했어요. 가족의 신고로 119구급대가 왔으나 구급차는 출발하지 못했어요. 연락하는 병원마다 빈 병상(병든 사람이 눕는 침상)이 없거나 의사가 없어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와도 된다”는 허락은 병원 25곳에서 퇴짜(물리치는 일)를 맞은 다음에야 떨어졌어요. 대형병원 56곳이 밀집(빽빽하게 모임)한 서울 한복판에서 평일 저녁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2] 119구급차를 타고도 응급실을 찾지 못해 거리를 표류하는 것을 ‘응급실 뺑뺑이’라고 해요. 2021년 한 해 119 출동 이후 1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하지 못한 뺑뺑이 환자는 19만6561명. 160초마다 한 명꼴로 이런 일을 경험하는 셈이에요. 운 나쁜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의 주변에서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3]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보면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들이 치료 *골든타임을 속절없이 흘려보내게 돼요. 경기 화성시 동탄은 반경 10km 안에 4곳의 대학병원이 있는 지역. 하지만 지난해 말 뇌출혈로 쓰러진 13세 학생은 소아과 전문의를 찾아 헤매다 119 신고 후 3시간 48분 만에야 수원에 있는 한 병원의 수술실에 들어설 수 있었어요.


[4] 비수도권은 사정이 훨씬 더 열악합니다. 다리가 부러진 박종열 씨의 경우 응급실에는 제 시간에 도착했으나 끊어진 혈관까지 수술할 의사가 없어 경남 김해시의 한 병원에서 260km 떨어진 충북대병원까지 응급차에 실려 2시간 39분을 달려야 했어요.


[5] 이런 일이 벌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의료진 부족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력 부족이 심한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응급실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전공의가 전체 정원의 20%대밖에 안 돼요. 외과 의사들도 하루 걸러 야근을 해야 할 정도로 인원 부족에 시달려요. 환자와 응급실을 연결하는 시스템도 부실해요. 구급대원들이 일일이 병원에 전화해야 합니다. 응급 환자 이송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떠오른 구급차와 응급실의 핫라인 개설은 감감무소식(소식이나 연락이 전혀 없는 상태)이고, 병원의 빈 병상과 의사 당직(근무하는 곳에서 숙직 등의 당번이 됨) 현황을 알려주는 시스템 역시 없어요.


[6] 최근 보건복지부가 응급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며 발표한 대책에는 여전히 부족한 의료진 충원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어요. 의사가 부족한 지방에서 병원의 응급 의사 당직을 함께 묶어 운영하는 ‘순환당직제’ 역시 5년 전 정책의 재탕(한 번 썼던 말이나 일을 다시 되풀이함)에 불과해요. 사건이 터지면 응급의료 체계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잠잠해지면 또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응급실, 의사, 병상을 찾아 ‘표류’하는 일이 없도록 응급의료 체계 전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해요.


동아일보 3월 29일 자 동아일보 사설 정리​




▶어린이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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