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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한꺼번에 핀 봄꽃,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 장진희 기자
  • 2023-03-30 18: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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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사설] 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지난 29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녹산로에 벚꽃과 유채꽃이 활짝 펴 봄 정취를 풍기고 있다. 서귀포=뉴시스



지난 20일 서울 청계천의 거리에 매화가 활짝 피어있다. 뉴시스




서울에서 아직 꽃망울 못 터뜨린 목련도 적지 않은데 벌써 벚꽃이 폈어요. 진달래는 아직 펴 있고 개나리는 여전히 무성하지요. 봄꽃은 대개 매화 진달래 개나리 목련 벚꽃 순으로 핍니다. 서울 벚꽃 개화(꽃이 핌)의 기준인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의 벚꽃은 지난 25일 피었어요. 역대 두 번째로 빠른 속도예요. 친구가 전남 구례 화엄사를 찾아 멋진 홍매화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보내준 것은 19일. 매화에서 벚꽃까지 한 달에 나눠 피던 꽃들이 전국에서 일주일 사이에 다 피었지요.


꽃피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지자체는 봄꽃 축제를 앞당기고 있어요. 산수유는 매화와 더불어 봄철에 가장 먼저 피는 꽃 중 하나. 경기 이천시는 백사 산수유 축제를 2006년까지 4월 7일에 시작했으나 2007년에는 3월 30일로 1주일 앞당겼어요. 이천시는 올해 다시 축제를 3월 23일로 1주일 앞당겼지요. 7년 사이에 2주일 앞당겼다는 사실에서 점점 더 빨라지는 기후변화의 속도를 실감할 수 있어요.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연구에 따르면 영국에서 40만 종 이상 꽃의 평균 개화 시기가 1753∼1986년에 비해 1987∼2019년에 30일 더 빨라졌습니다. 영국에서 이런 과학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것은 과학자 박물학자 정원사 등의 관찰기록을 모아놓은 ‘자연의 달력(Nature’s Calender)’이라는 데이터베이스가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도 훌륭한 기록문화를 가진 나라인 만큼 비슷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개화 시기의 정확한 변화 추이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요.


지구가 겨울에 예전보다 덜 식었다가 빨리 데워지기 때문에 봄꽃 피는 시기가 빨라질 뿐만 아니라 압착(밀도가 높아짐)되고 있어요. 다양하고 많은 꽃이 한꺼번에 피니 보기는 좋을지 몰라요. 진달래의 분홍은 은은하기는 하지만 잿빛 산야(산과 들)를 물들이기에는 역부족이고, 개나리의 노랑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하지만 너무 노랗기만 해서 귀해 보이지 않았는데, 목련의 송이송이 탐스럽고 벚나무의 팝콘 터지는 듯한 흰 꽃과 함께 피어 있어 한데 잘 어울려요.


아름다운 외관 너머에는 심각한 생태학적 미스매치(mismatch·두 가지 이상의 것이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상태)가 발생하고 있어요. 꽃이 너무 일찍 피었다가 져버리면 그 꽃에 의존해 살아가는 곤충의 활동 시기와 어긋나 곤충이 살 수 없고 그 곤충을 먹고 사는 새도 살 수 없다고 해요. 몇 년 전부터 꿀벌 폐사(짐승이 갑자기 죽음) 현상이 양봉업자(꿀을 얻기 위해 벌을 기르는 사람)의 애를 태웠고 최근 들어 심해지고 있어요. 무엇보다 꿀벌이나 새가 없으면 자연수분이 이뤄지지 않아 나무가 열매를 맺을 수 없어요. 생태계에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음은 말할 것도 없지요.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봄꽃을 구경하는 게 기쁘지만은 않은 이유예요.


동아일보 3월 27일 자 송평인 논설위원 칼럼 정리 |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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