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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강국’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 비밀 보장 원칙에 발목 잡혔다?
  • 장진희 기자
  • 2023-03-29 13: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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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보장 원칙에 발목 잡혔다!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크레디트스위스(CS) 건물 전경. 루체른=신화통신뉴시스




세계 9대의 투자은행(IB)이자 167년의 역사를 가진 스위스의 한 은행이 최근 경쟁업체에 팔렸어요. 크레디트스위스(CS)가 스위스 1위 은행인 스위스연방은행(UBS)에 32억 달러(약 4조1632억 원)에 팔려 충격을 주고 있어요.

CS는 금융업의 강국으로 알려진 스위스를 대표하던 은행 중 하나라 일부 스위스 국민들은 그 몰락에 대해 “스위스의 브랜드 가치(브랜드와 상품에 대해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를 떨어뜨렸다”고 평가할 정도라고 미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보도했어요.


CS의 몰락은 은행 강국으로 꼽혔던 스위스의 위상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요. 스위스는 어떻게 은행 강국이 되었고, 굳건하던 은행들은 왜 위기를 마주하게 되었는지 알아보아요.​



프랑스혁명 당시 숨진 스위스 용병을 기리기 위해 루체른에 만든 ‘빈사의 사자상’. 동아일보 자료사진




용병제로 탄탄한 신뢰 쌓아와


중세시대 스위스는 다른 유럽의 나라에 용병을 보내 수입을 올렸어요. 용병은 돈을 주고 고용하는 병사를 말해요. 당시 스위스는 알프스 산맥 같은 척박한 자연환경에 둘러 싸여 농사를 짓기 어려웠고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용병을 보내야만 했지요.


스위스 용병이 자신을 고용한 나라에 어찌나 최선을 다했던지 ‘스위스 용병은 죽어도 계약을 지킨다’는 말이 전해져요. 단 한 번이라도 신뢰와 신용을 잃으면 자식 세대는 영원히 용병을 할 수 없다고 믿었기에 목숨을 걸고 고용주(대가를 주고 다른 사람을 부리는 사람)를 지켰다고 해요.


프랑스혁명(1789∼1799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시민 혁명) 당시 분노한 민중의 공격을 피해 도망치던 프랑스의 국왕 루이 16세를 끝까지 지키다가 모두 숨진 것은 프랑스의 근위대(임금을 가까이서 지키던 부대)가 아닌 스위스 용병들이었다는 유명한 일화도 전해집니다.



악셀 레만 크레디트스위스(CS) 이사회 의장(왼쪽)과 콜름 켈러허 스위스연방은행(UBS) 이사회 의장이 최근 스위스 베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이날 두 은행과 스위스 정부는 UBS가 CS를 30억 스위스 프랑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베른=AP 뉴시스



고객 신뢰
는 스위스 은행의 밑거름


조상들이 쌓은 명성을 바탕으로 스위스는 은행업을 키웠어요. 은행은 고객의 신뢰를 양분(영양이 되는 성분) 
삼아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은행이 고객들에게 ‘당신이 열심히 번 돈을 안전하게 맡아줄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주어야 더 많은 고객을 모으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이지요.


스위스 은행은 고객의 정보를 외부에 절대로 알리지 않는 ‘비밀주의’ 원칙을 지켜 신뢰를 쌓아온 것으로 유명해요. 누구든 돈만 가져오면 돈을 어떻게 구했는지 등에 관계없이 계좌를 만들어주는 방식이지요. 고객의 입장에서는 스위스의 은행이라면 얼마든지 신뢰하고 돈을 맡길 수 있는 것.


비밀주의를 바탕으로 스위스의 은행은 몸집을 키워왔어요. 미국의 일간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위스 은행의 자산을 모두 합친 것은 2020년 기준 스위스 국내총생산(GDP·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물건과 제공된 서비스의 가격을 모두 더한 것)의 5배에 달해요.



가디언이 CS에 검은돈이 보관됐다는 보도를 내보냈을 때 사용한 삽화로 스위스의 은행이 비밀주의 원칙에 따라 범죄자들의 돈도 받아주었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검은돈
 받았다는 의혹, 드러나


철저한 비밀주의를 유지하던 스위스의 은행은 오히려 비밀주의 때문에 최근의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와요. 크레디트스위스에 독재자와 부정부패(바르지 못하고 잘못된 길로 빠짐)한 정치인, 범죄자들이 맡긴 검은돈(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주고받는 돈)이 보관됐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 지난해 2월 미국 일간신문 뉴욕타임스(NYT)와 영국의 가디언을 비롯한 세계 46개 언론사는 “CS의 내부고발자(자신이 속한 조직이 저지른 비리를 공개한 사람)에 따르면 3만 여 명의 범죄자가 CS에 맡긴 돈은 무려 1000억 스위스프랑(약 141조4930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어요.


스위스의 은행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누구에게나 계좌를 열어주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확신으로 바뀌며 CS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어요. 일부 고객들의 명단이 공개된 것도 한몫 했지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영향까지 겹치며 CS의 고객들은 한때 하루 평균 약 100억 달러(약 12조9970억 원)의 돈을 빼냈어요. 계속되는 인출(예금을 찾음)로 유동성(기업의 자산 등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도) 위기를 마주한 CS는 결국 UBS에 인수되고 말았지요.​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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