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두더지쥐의 모습. 사이언스 홈페이지 캡처

털이 거의 없는 몸, 쭈글쭈글 주름진 피부, 주둥이 밖으로 툭 튀어나온 커다란 앞니….

독특한 모습을 지닌 이 동물은 ‘벌거숭이두더지쥐’예요. 아프리카 북부 사하라 사막의 남쪽 지역에 주로 사는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어른 손바닥에 쏙 들어갈 만큼 앙증맞은 크기(길이 7.5~10㎝, 무게 28~40g)의 동물.

다른 일반적인 포유류(젖을 먹여 새끼를 키우는 동물)와 달리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없는 이 동물은 온도와 습도가 일정한 땅속에서 굴을 파고 살아요. 특이한 것은 포유류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여왕개미나 여왕벌처럼 새끼를 낳는 일을 도맡는(혼자 모든 것을 해내는) 암컷이 있다는 점. 여왕두더지쥐는 일을 하는 일반 두더지쥐들과 함께 집단으로 모여 살지요. 깜깜한 땅속에 살다 보니 벌거숭이두더지쥐의 눈은 작고, 시력도 떨어진다고.

최근 암컷 벌거숭이두더지쥐가 나이가 들어서도 새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어요. 특이한 외모만큼이나 특별한 이 동물에 대해 알아볼까요? 


인간의 생식·수명 연장에 연구에 도움​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벌거숭이두더지쥐. NPR 홈페이지 캡처

최근 미국 피츠버그대는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새로운 특징을 발견했어요. 암컷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지속적으로 난자(암컷의 생식 세포)를 만들 수 있어 평생 새끼를 낳을 수 있다는 것. 일반적인 암컷 포유류는 일정한 개수의 난자를 갖고 태어난 뒤 나이가 들면서 난자가 조금씩 사라지는데,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반대인 셈이죠. 뿐만 아니라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생쥐에 비해 약 95배 많은 난자를 갖고 태어나고, 그 수명 또한 길다고! 연구를 주도한 미구엘 브리뇨-엔리케스 박사는 “인간의 생식(자손을 낳음) 능력을 연장하는 데 연구결과가 사용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어요.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인간의 수명 연장과 관련한 연구에도 도움을 주고 있어요. 이 동물의 수명은 약 30년. 사람으로 치면 무려 800세에 해당하는데, 크기가 비슷한 다른 쥐들보다 10배가량 더 오래 살지요. 비결은 ‘늙지 않는 것’! 구글이 세운 미국의 생명과학기업 칼리코에서 연구하는 로셸 버펜스타인 박사에 따르면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노화를 일으키는 세포의 손상을 막는 남다른 능력을 갖고 있어요. 로셸 박사는 미국 과학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에 “놀라울 정도로 수명이 길고 노화가 지연되는 이 동물은 인간의 노화 과정을 지연시키는 데 답을 제공할 수 있는 완벽한 모델”이라고 설명했어요.


​통증 못 느끼고, 산소 없어도 거뜬! ​

벌거숭이두더지는 땅 속에 굴을 파고 살아간다. BBC 홈페이지 캡처

벌거숭이두더지쥐의 특별한 능력은 또 있어요. 2016년 독일 막스델브뤼크 분자의학센터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벌거숭이두더지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해요. 이들의 몸속에서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체계가 일반적인 포유류와 다른 것이 원인. 연구를 주도한 개리 르윈 박사는 “벌거숭이두더지쥐가 뜨거운 사막의 땅속에서 살아오면서 열로 인한 통증을 느끼지 못하도록 진화한 결과”라고 추측했지요.

이 연구팀은 벌거숭이두더지쥐가 산소 없이 18분 동안 버틸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낸 바 있어요. 일반적인 포유류는 산소가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데,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산소가 없어도 이런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가 인간의 뇌졸중과 심장 마비를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해요. 연구를 진행한 토마스 박 박사는 “뇌졸중이나 심장 마비로 인해 산소 흐름이 중단되면 사람의 뇌는 짧은 시간 안에도 큰 손상을 입을 수 있는데,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에너지 전환 체계를 잘 이해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린이동아 이선행 기자 opusno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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