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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하버드대 첫 흑인 총장
  • 김재성 기자
  • 2022-12-20 12: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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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클로딘 게이 미국 하버드대 신임 총장 내정자. 하버드대 제공


[1] “부모님은 제게 기술자나 의사, 법률가 중 하나가 되라고 하셨죠. 이민자(자기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해 사는 사람)의 자녀라면 누구나 듣던 얘기였을 거예요.” 15일 연단에 선 클로딘 게이 미국 하버드대 신임 총장 내정자(정식 발표가 나기 전에 내부적으로 정한 사람)는 자신이 대학에 들어갈 무렵의 일을 회상(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함)했다. 아이티 출신 흑인으로서 미국 사회에서 온갖 풍파(세상살이의 어려움이나 고통)를 겪은 부모가 딸에게 인종차별이 덜한 직업을 추천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부모의 기대와 달리 학자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하버드대 386년 역사상 첫 흑인 총장으로 지명됐다.


[2] 게이는 1992년 스탠퍼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 대학원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의 나는 총장이 되는 길을 걸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고 게이는 회고(돌이켜 생각함)했다. 실제 하버드대가 1636년 개교한 이후 2006년까지 배출된 27명의 총장은 전원 남성일 정도로 여성에게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는 뜻)이었다. 2007년 드루 길핀 파우스트 교수가 첫 여성 총장으로 선출되면서 비로소 *유리천장이 깨졌다. 또 학부를 하버드대에서 졸업하지 않은 총장은 지금까지 단 2명일 정도로 순혈주의(순수한 혈통만을 선호하는 주의) 전통도 강했다.


[3] 인종의 벽은 더 높았다. 노예제 금지 전 하버드대에서는 노예 70명이 잔일을 도맡아했다. 하버드대가 기틀을 잡을 수 있도록 기부금을 낸 이들은 노예 노동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사업가들이었다. 하버드대는 자체 조사를 거쳐 올해 4월 이런 과거사를 반성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노예제의 유산을 바로잡기 위해 1억 달러의 기금도 조성하기로 했다. 게이가 총장으로 선출된 데에는 이런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4] 미국 학계에서 흑인이 진입하기 어려운 곳은 하버드대만이 아니다. 전체 대학 교수 가운데 흑인은 7%에 불과하고, 흑인이 총장을 맡은 곳은 10% 수준이다. 특히 북동부 지역 8개 명문대를 가리키는 아이비리그에서 흑인 총장이 배출된 것은 2001년 루스 시먼스 브라운대 총장이 유일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방증(간접적인 증명에 도움을 주는 증거)이다. 이런 장애물들을 모두 이겨낸 게이 내정자를 향해 하버드 내에서 “다양성과 우수함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지나치지 않다.


[5] 내년 7월 총장으로 취임하는 게이 앞에는 난제가 놓여 있다. 미국 대법원은 하버드대 등에서 학생 선발 시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이 위헌(헌법에 위배됨)인지 아닌지를 내년 상반기에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게이 내정자는 인터뷰에서 “위헌 결정이 나더라도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했지만 구체적 방안은 마땅치 않다. 미국이 자랑하는 명문대에서 인종 문제가 여전히 이슈가 된다는 것 자체가 안타까운 일이다. 그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게이 내정자가 해법을 찾을 적임자일 것이다.


동아일보 12월 17일 자 장택동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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